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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리 런던Liberty Records1967-01-01
[중고] [LP 수입] Julie London  –  Deluxe  [1967 Red vinyl. Gatef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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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lie London - Deluxe

    Label : Liberty Records LP-8005. 1967 - Japan

    커버 : NM / Gatefold

    음반 : NM- / Red vinyl. spindle marks. 1면 첫곡 마지막 부분에서 1회 건너 뜀.

    중고 엘피의 특성상 스크래치 노이즈가 있을 수 있습니다.

     

    붉은 홈 위로 흐르는 연기와 안개의 목소리

     

    밤이 깊어 가고 방 안의 불빛이 하나둘 숨을 죽일 때, 우리는 비로소 진실해진다. 1967, 바다를 건너 찾아온 이 특별한 붉은색 바이닐(Red Vinyl)은 단순한 음반이 아니다. 그것은 줄리 런던이라는 이름의 여인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은밀하고 치명적인 밤의 초대장이다.

     

    턴테이블의 바늘이 붉은 대지 위에 조용히 내려앉는 순간, 한 줄기 서늘한 안개와 담배 연기 같은 목소리가 방 안 가득 번져 나간다. 그녀의 목소리는 결코 소리 높여 울부짖지 않는다. 대신 귀가 아닌 귀밑샘에, 가슴이 아닌 영혼의 가장 깊은 모퉁이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인다. 숨소리조차 음악이 되는 '스모키 보이스(Smoky Voice)'의 여왕. 그녀가 노래하는 사랑과 이별, 고독과 환희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 보자.

     

    Track-by-Track Review

     

    Side 1매혹과 상실, 그 경계에서

     

    1. A Taste Of Honey

    앨범의 문을 여는 이 곡은 달콤하지만 끝 맛은 쌉싸름한 한 모금의 꿀과 같다. 팝과 재즈의 경계를 유려하게 넘나드는 줄리의 목소리는, 떠나간 연인의 달콤했던 흔적을 쫓는 한 마리 나비처럼 청자의 귓가를 맴돈다. 미련처럼 남은 끈적하고도 쓸쓸한 여운이 곡 전체를 지배한다.

     

    2.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토니 베넷의 호방한 고백과는 결이 다르다. 줄리 런던이 부르는 샌프란시스코는 안개에 싸인 가을 도시를 홀로 걷는 듯한 애틋함을 품고 있다. 두고 온 것은 단지 도시가 아니라, 그곳에서 찬란하게 빛나던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임을 그녀는 나직한 한숨으로 증명하고있다.

     

    3. More

    영화 몬도 가네의 주제가로 잘 알려진 찬란한 멜로디가 줄리의 숨결을 만나 한층 더 관능적이고 내밀한 고백으로 재탄생했다. 세상의 그 어떤 단어로도 다 채울 수 없는 비대칭적인 사랑의 무게를, 그녀는 깃털처럼 가볍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무게감으로 읊조린다.

     

    4. Hello Dolly

    루이 암스트롱의 유쾌한 스윙이 기억나지 않을 만큼, 줄리는 이 곡을 철저히 자신만의 세련된 라운지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화려한 무대로 돌아온 여주인공의 당당함 뒤에 숨겨진, 성숙한 여성의 여유롭고 우아한 미소가 등 뒤로 스쳐 지나가는 듯하다.

     

    5. Cry Me A River

    줄리 런던이라는 독보적인 존재를 세상에 각인시킨 영원한 마스터피스이다. 1955년 그녀의 첫 성공을 알렸던 이 곡은, 시간이 흘러 1967년의 레드 바이닐 위에서도 여전히 치명적이다. 자신을 울렸던 연인을 향해 "이제 어디 네가 강물만큼 울어봐"라고 나지막이 읊조리는 그녀의 보컬은 차갑고도 매혹적인 얼음 불꽃처럼 타오른다.

     

    6. I've Got You Under My Skin

    콜 포터의 명곡이 가진 역동적인 스윙감을 지우고, 줄리는 귓가에 밀착하는 고혹적인 템포를 택했다. 내 살갗 아래, 내 뼛속 깊이 파고든 지독한 사랑의 중독을 이보다 더 에로틱하고 우아하게 표현할 수 있는 목소리가 또 어디 있을까!

     

    7. Fly Me To The Moon

    우주를 향한 거대한 찬가가 아니다. 줄리 런던이 이끄는 달나라 여행은 단둘이 촛불을 켜둔 작은 방 안에서 이루어진다. 중력을 거스르는 듯 부드럽고 유연한 그녀의 보컬은 청자를 아늑한 밤하늘의 품으로 가만히 밀어 넣으며 1면의 대미를 장식한다.

     

    Side 2고독이 속삭이는 영원의 언어

     

    1. Love Letters

    2면 첫 새벽을 깨우는 이 곡은 말 그대로 한 통의 은밀한 러브레터이다. 악기들의 미니멀한 반주 사이로 줄리의 숨소리가 활자가 되어 가슴에 박힌다. 지워질까 두려워 연필로 꾹꾹 눌러 쓴 편지를 읽어 내려가듯, 그녀의 목소리는 지독하리만치 로맨틱하다.

     

    2. The End Of The World

    실연의 아픔을 세상의 종말로 표현한 이 서글픈 팝 표준을, 줄리는 담담해서 더 아프게 노래한다. 태양은 왜 여전히 빛나는지, 새들은 왜 여전히 지저귀는지 묻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슬픔의 과장이 없다. 그 담담함이 오히려 세상이 무너져 내린 이의 깊은 절망을 투명하게 비춘다.

     

    3. The Boy From Ipanema

    보사노바의 계절감을 줄리 특유의 쿨(Cool)한 감성으로 시원하게 뒤틀었다. 이파네마 해변을 지나가는 해조음 같은 목소리, 닿을 수 없는 대상을 향한 은근한 동경이 담긴 시선이 노래 내내 시각적으로 그려진다. 뜨거운 태양 아래가 아닌, 해 질 무렵 푸르스름한 해변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곡이다.

     

    4. Summertime

    조지 거쉰의 고전이 줄리의 손길을 거쳐 가장 퇴폐적이고 아름다운 자장가로 변모했다. 여름날의 후텁지근한 공기와 그 속에 피어나는 나른한 슬픔이 그녀의 스모키한 창법과 완벽한 결합을 이루며 한여름 밤의 꿈처럼 몽환적인 순간을 선사한다.

     

    5. Blue Moon

    외롭게 밤하늘을 지키던 '블루 문'이 줄리의 노래를 듣고 따스한 금빛으로 물드는 듯하다. 혼자만의 지독한 고독 속에서 마침내 찾아온 사랑의 기적을 노래하는 그녀의 음색에는 위로와 안도감이 서려 있어, 듣는 이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 안아준다.

     

    6. Fascination

    왈츠 풍의 우아한 멜로디를 타고 흐르는 사랑의 매혹이다. 첫눈에 반해버린 그 순간의 황홀함을 줄리는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펼쳐 보인다. 클래식한 로맨티시즘이 무엇인지 그녀의 귀족적인 보컬 톤이 고스란히 증명해내는 트랙이다.

     

    7. Goodbye

    이 화려하고도 고독했던 밤의 축제를 마무리하는 완벽한 퇴장 소동이다. "안녕"이라는 짧은 인사말 속에 담긴 미련과 체념, 그리고 어쩌면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는 가녀린 희망의 끈이 줄리의 마지막 숨결에 실려 전해진다. 노래가 끝나고 바늘이 들려 올려져도, 여전히 붉은 바이닐 위에는 그녀가 남긴 온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시간이 멈추는 방

     

    줄리 런던의 노래는 흐르는 시간을 잠시 멈추게 하는 마력이 있다. 1967년 일본의 기술력으로 빚어낸 이 아름다운 레드 바이닐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변치 않는 소리의 순수함을 간직한 채 우리에게 속삭인다.

     

    창밖의 소음은 모두 지워도 좋을 것이다. 그저 할 일은 오직 하나, 이 붉은 디스크가 선사하는 가장 아름답고 고독한 밤의 위로에 온전히 몸을 맡기는 것뿐일뿐!

     

     

    붉은 밤의 미학 The Life of Julie London

     

    베일 뒤의 여인, 줄리 런던의 지독하고 아름다운 삶의 궤적

     

    우리는 그녀의 목소리를 사랑하지만, 정작 그 목소리를 품은 여인 '줄리 런던'이 걸어온 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무대 위에서 완벽하게 세련된 드레스를 입고 관능적인 미소를 짓던 그녀. 하지만 그녀의 인생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보다는, 낮게 깔리는 새벽안개를 닮아 있었다.

     

    소녀에서 여인으로, 무명 배우에서 재즈의 여왕으로, 그리고 다시 평범한 어머니로 돌아가기까지베일 속에 가려졌던 줄리 런던의 진짜 인생 이야기를 고이 접어 턴테이블 곁에 놓아둔다.

     

    안개 속에서 태어난 소녀

     

    줄리 런던의 본명은 Gayle Peck ( 혹은 낸시 게일 펙)이다. 1926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작은 도시에서 보드빌(Vaudeville, 노래와 춤이 섞인 연극) 무대 배우였던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를 따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며 마이크 뒤의 세상에 익숙해졌던 소녀는, 14세가 되던 해 가족과 함께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하게 된다.

     

    가난했던 사춘기 시절, 그녀는 백화점의 엘리베이터 안내원으로 일하며 생계를 도와야 했다. 하지만 밤하늘의 별은 쉽게 가려지지 않는 법이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언뜻 비치는 그녀의 이국적인 미모와 묘한 분위기는 이내 할리우드 에이전트의 눈에 띄게 된다. 이름마저 서정적인 '줄리 런던(Julie London)'으로 바꾸고, 그녀는 마침내 은막의 세계로 첫발을 내딛는다.

     

    첫 번째 사랑, 그리고 가려진 목소리

     

    할리우드에 입성한 줄리는 배우로서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21세가 되던 1947, 훗날 미국의 전설적인 형사 드라마 드라그넷(Dragnet)의 제작자이자 배우로 명성을 떨치게 될 잭 웹(Jack Webb)과 첫 결혼을 하게 된다.

     

    두 사람은 재즈라는 공통의 취미를 공유하며 깊이 사랑했고, 두 딸을 낳았다. 결혼 생활 동안 줄리는 화려한 여배우의 삶 대신 현모양처로서 가정을 지키는 데 전념했다. 남편 잭 웹은 승승장구하며 할리우드의 거물이 되어갔지만, 줄리의 삶은 철저히 그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결국 성격 차이와 불화로 인해 1953, 두 사람의 6년간의 결혼 생활은 파경을 맞이한다. 이 이혼은 줄리에게 깊은 상실감을 남겼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녀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 '운명의 서막'이 되었다.

     

    구원자 바비 트룹, 그리고 'Cry Me A River’

     

    이혼 후 두 아이를 홀로 키우며 극심한 무대 공포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던 줄리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바비 트룹(Bobby Troup)이었다. 어느 날 밤, 재즈 클럽의 어두운 구석에서 들려온 줄리의 나지막한 흥얼거림을 들은 바비는 전율을 느꼈다. 그것은 지금까지 세상이 들어보지 못한, 가장 은밀하고 매혹적인 '스모키 보이스'였다.

     

    "당신은 반드시 노래를 해야 합니다." 바비는 무대 공포증에 떠는 줄리를 끊임없이 격려했고, 그녀를 위한 서포터를 자처했다. 그리고 1955, 줄리의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아서 해밀턴이 작곡한 한 곡을 그녀에게 건넨다. 그것이 바로 Cry Me A River였다.

     

    원래 이 곡은 다른 가수가 부르려다 거절당한 곡이었으나, 줄리의 목소리를 만나자마자 기적이 일어났다. 오직 지극히 단조로운 기타와 콘트라베이스 반주 위에, 줄리는 상처받은 여인의 차가운 분노와 슬픔을 숨소리에 섞어 뱉어냈다. 이 곡은 발매되자마자 전 미국을 뒤흔들며 수백만 장이 팔려나갔고, 무명에 가깝던 이혼녀 줄리 런던을 단숨에 세계적인 재즈 디바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세련된 라운지 문화의 아이콘이 되다

     

    이후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까지, 줄리 런던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그녀는 리버티(Liberty) 레코드의 간판스타로서 30여 장이 넘는 앨범을 발표했다. 당시 그녀의 앨범 재킷들은 파격적이리만치 매혹적이고 우아한 줄리의 클로즈업 사진들로 채워졌는데, 이는 세련된 중산층의 '라운지 문화(Lounge Culture)'를 대변하는 상징이 되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크게 지르는 웅장한 가창력은 아니었지만, 마이크에 입술을 바짝 대고 속삭이는 '클로즈 마이크(Close-mic)' 기법을 통해 듣는 이로 하여금 '오직 나만을 위해 노래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녀는 자신의 창법을 두고 "그저 크게 낼 수 없는 목소리일 뿐"이라며 겸손해했지만, 대중은 그 절제된 고독에 열광했다.

     

    음악적 동반자와의 재혼, 그리고 아름다운 황혼

     

    줄리를 어둠 속에서 건져 올린 바비 트룹은 1959, 그녀의 두 번째 남편이자 평생의 음악적 동반자가 되었다. 첫 번째 결혼의 실패로 상처받았던 줄리는 바비와의 사이에서 세 아이를 더 낳으며 비로소 진정한 정서적 안정을 찾았다. 바비는 평생 동안 줄리의 재능을 존경했고, 그녀가 무대 위에서 가장 빛날 수 있도록 평생을 헌신했다.

     

    1970년대에 접어들며 재즈의 시대가 저물어가자, 줄리는 과감하게 마이크를 내려놓고 다시 배우로 복귀했다. 재미있게도 그녀는 전남편 잭 웹이 제작한 인기 의학 드라마 긴급 출동!(Emergency!)에서 수간호사 '디시 맥콜' 역을 맡아 제2의 전성기를 누렸는데, 남편 바비 트룹 역시 이 드라마에서 의사 역할로 함께 출연하며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쿨하고 기묘하면서도 아름다운 파트너십을 보여주었다.

     

    에필로그

     

    1980년대 이후 줄리는 연예계를 완전히 은퇴하고, 평범한 아내이자 어머니로 돌아가 조용한 삶을 즐겼다. 1999, 평생의 사랑이었던 바비 트룹이 먼저 세상을 떠나자 그녀의 건강도 급격히 악화되었고, 이듬해인 20001018, 줄리 런던은 향년 74세를 일기로 파란만장했던 삶의 무대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떠났지만, 그녀가 남긴 숨결은 사라지지 않았다. 1967년 일본의 붉은 바이닐 위에서 흘러나오는 Julie London Deluxe의 선율들은, 그녀가 인생의 가장 찬란한 정점에서 남편 바비 트룹과 함께 빚어낸 사랑과 예술의 결정체이다.

     

    이제 다시 바늘을 올리자. 그녀가 걸어온 숨겨진 삶의 애환을 알고 듣는 줄리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조금 더 깊고, 조금 더 애절하게 가슴을 파고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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