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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1995)의 유년기, <빛의 과거>(2019)의 청장년기를 잇는 은희경 시간 3부작의 완결편. 인생의 저녁을 지나는 너무 다른 자매, 60대 여성 안나와 경선의 '첫' 마주침을 통해 삶의 도착점에도 열려있을 가능성의 문을 두드려본다.
같은 해 1월에 태어난 안나와 12월에 태어난 경선은 서로에게 무심하다. 연금 생활자로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형편인 안나가 경선이 살고 있는 신도시의 고층 아파트로 이사한 후, 종양수술을 하는 경선을 간병하게 되며 자매는 서로에게 언니가, 동생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을 되짚게 된다.
'노인이라는 일반화가 너무 강력해서 개인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는다.'(77쪽) 은희경의 자매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이 일반화를 벗겨낸 고유하고 개별적인 여자들의 이야기를 엿듣게 된다. 친척의 결혼식장에서 하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던 예쁜 아기인 경선은 외모 품평을 즐기는 노인이 됐다. 어깨가 넓고 머리가 큰 아이로 태어났던 안나는 자신이 사람들의 무관심에 초연한 반면 경선은 나이들어 받는 푸대접을 부당하게 여긴다고 느낀다. 서로를 의식하고 오해하고 자신을 변호하는 자매의 속마음엔 조금씩 얄미운 구석이 있다. 은희경 특유의, 이 인간의 모서리를 뭉개지 않는 신랄함이 묘하게 다정하게 느껴진다. 비로소 서로를 제대로 보게될 자매는 '첫' 우정의 문 앞에 선다. 그들이 미래를 보듯 독자도 이 소설과 함께 자신의 시간을 상상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