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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이원하 시집)
2020년 소설/시/희곡 분야 37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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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바짝 다가오세요 나의 정체는 끝이 없어요”
    이런 재능은 어떻게 갑자기 나타났을까._신형철(문학평론가)

    혜성처럼 등장한 독보적 재능, 독특한 이력의 시인
    이원하 첫 시집

    201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원하 시인의 첫 시집을 펴낸다. 당시 “거두절미하고 읽게 만드는 직진성의 시였다. 노래처럼 흐를 줄 아는 시였다. 특유의 리듬감으로 춤을 추게도 하는 시였다. 도통 눈치란 걸 볼 줄 모르는 천진 속의 시였다. 근육질의 단문으로, 할말은 다 하고 보는 시였다. 무엇보다 ‘내’가 있는 시였다. 시라는 고정관념을 발로 차는 시였다. 시라는 그 어떤 강박 속에 도통 웅크려본 적이 없는 시였다. 어쨌거나 읽는 이들을 환히 웃게 하는 시였다”는 평가와 함께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당선되었다. 그의 시는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라는 독특한 감각의 제목을 달고 있었고, 당선 직후 문단과 평단, 출판 관계자와 새로운 시를 기다린 독자들의 입에 제법 오르내리며 화제가 되었다. 국어국문과나 문예창작과를 나오지 않았고, 미용고를 졸업해 미용실 스태프로 일하고, 영화 〈아가씨〉에 뒷모습이 살짝 등장하는 보조 연기자로 살아온 이력도 한몫했다. 이십대 중반, 늦다면 늦은 때에 문학을 만나 시를 쓰기 위해 제주도로 내려가 산 것과 신춘문예에서 익숙하게 보아오던 형식을 완전히 벗어난 개성 역시.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이제 총 54편의 시를 아우르는 첫 시집의 제목으로 독자들을 새로이 마주한다,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시집을 펼치면 차례 페이지부터 신선하다. 4부로 나뉜 구성에 각각의 부제목이 ‘새’ ‘싹’ ‘눈’ ‘물’이다. 한 음절로 된 단어들인 동시에 ‘새싹’과 ‘눈물’로 읽어도, ‘새싹눈물’로 읽어도 각각 새로운 의미가 발생하는 짤막한 부제목 아래 다소 긴 편인 시의 제목들. ‘여전히 슬픈 날이야, 오죽하면 신발에 달팽이가 붙을까’ ‘나는 바다가 채가기만을 기다리는 사람 같다’ ‘풀밭에 서면 마치 내게 밑줄이 그어진 것 같죠’ ‘털어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어요’ ‘나를 받아줄 품은 내 품뿐이라 울기에 시시해요’ ‘서운한 감정은 잠시라도 졸거나 쉬지 않네요’ 등등의 제목은 글인 동시에 말 같고, 혼잣말인 듯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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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철 "이런 재능은 어떻게 갑자기 나타났을까.""
    "나는 제주에 사는 웃기고 이상한 사람입니다 / 남을 웃기기도 하고 혼자서 웃기도 많이 웃죠"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이원하의 시는 이렇게 자신을 소개한다. "나에게 바짝 다가오세요" 대범해지기도 하고 "나의 정체는 끝이 없어요" 능청스러워지기도 하는 시. 첫 시집 출간 전부터 등단작 <제주에서...> 가 앤솔로지 등으로 소개되며 새로운 시를 기다려온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시인의 첫 시집이 드디어 나타났다. 수국의 이미지처럼 산뜻한 보랏빛 외피를 입은 채, 시의 말은 외롭고 기다리고 그러면서도 자주 웃는 자신을 여과없이 드러내 보인다.

    경어체로 건네는 말은 진솔하고 사랑스럽다. 섬에 혼자 살고 술은 약한 어떤 이의 귀여운 편지에서 발견할 법한 단어와 감정으로 이루어진 시들. 시인은 먼 미래를, 깊은 고독을 바라보지 않는다. 지금 보고 싶은 사람을 지금 볼 수 없는 내 마음이 시시해 "당신과 함께 보면 좋을 일들이 전부 / 사느라 / 아무 소용이 없어요" <참고 있느라 물도 들지 못하고 웃고만 있다>)라고 말하고, 먼 미래의 어떤 날이 아닌, "적어도 지금은 / 잠을 잘 자도록 하자는 거예요" <빈 그릇에 물을 받을수록 거울이 넓어지고 있어요> 라고 오늘의 수면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가 표정을 괜찮게 지으면 / 남에게만 좋은 일이 생겨요"<서운한 감정은 잠시라도 졸거나 쉬지 않네요>라고 말하면서도 기어이 웃고 마는 사람. 미용고를 졸업해 미용실 스태프로도 일하고, 영화 <아가씨>에 보조 연기자로 출연하기도 한 시인의 이력처럼, 이 시인의 직설적인 시는 낯설고 새롭다. '시인 박준이 그 세대에서 특별한 예외이듯 이 시인 역시 그렇다고 해야 할 것 같다.'는 상찬과 함께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더한 평론이 함께 실렸다.
    - 시 MD 김효선 (2020.04.14)
    기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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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양장본
    • 160쪽
    • 130*224mm
    • 198g
    주제 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