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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운 장편소설. 침잠한 어둠이 모든 걸 삼켜버린 캄캄한 밤, 세상을 밝히는 건 지옥 불보다 더 무서운 홍등 불뿐이었다. 노름판에서 빚을 진 아버지는 은홍을 기방에 팔아 그 돈을 마련하려고 했다. 내일까지 돈을 못 갚으면 아버지의 손이 잘린다고 했다. 열다섯 살 은홍에게 기방에 팔리는 건 그보다 더 무서운 일이었다.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사정했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건 아버지의 심한 발길질뿐이었다.
'누구든, 제발 날 좀 살려주시오. 이곳은 싫소.' 쓰러진 그녀 앞에 나타난 비단옷을 입은 고귀한 자태의 남자. 그녀가 저자에서 짚신을 팔 때, 몇 번 사주었던 이였다. 절대 짚신을 신지 않을 듯 보이는 이가 사 가서 아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화룡 상단의 대행수, 최태웅. "오백 냥, 그 돈의 값어치를 다할 때까지 그대는 내 신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