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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지은이는 서둘러 미국의 몰락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의 세기'를 가능케 했던 요인들이 무엇이었는지, 그 요인들이 아직까지 유효한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면 어떤 점에서 그런 것인지 등을 긴 호흡으로 살펴본다. 이를 위해서 지은이는 '세계체계 분석'의 틀을 빌려온다.
세계체계 분석은 개별 민족국가가 아니라 단일 세계체계, 즉 국가간체계를 분석단위로 삼는다. 따라서 세계체계 분석의 시각에서 '미국의 몰락'이라는 쟁점을 살펴본다는 것은 미국이 중심이 된 현재의 세계적 변화를 "미국이라는 한 국가가 아니라 전지구적 차원에서 살펴"보는 동시에 "좀더 장기적인 틀 속에서 살펴" 본다는 것을 뜻한다.
세계체계 분석의 시각에서 보자면, 기존의 축적체제와 국가관체계에 극심한 위기가 찾아와 또 다른 축적체제와 국가간체계가 성립되면 헤게모니가 다른 국가로 넘어가는 상황, 즉 '체계의 카오스'가 발생한다. 이런 관점에서 지은이는 미국이 중심이 된 오늘날의 세계적 변화를 체계의 카오스가 발생한 징후로 본다. 헤게모니 국가로서의 미국이 지금 위기에 직면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몰락을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지은이는 세계체계 분석의 문제설정을 때로는 수용하고, 때로는 비판하면서 자신의 문제의식을 차분히 넓혀나가며 '미국의 몰락'이라는 쟁점을 철저히 '한국화'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몰락'이라는 쟁점을 다뤘던 기존의 책들이 대부분 부시 정권과 경쟁관계에 있는 친민주당계 인사들이나 미국 헤게모니와 경합을 벌이고 있는 유럽인들에 의해 집필된 것과는 달리, 이 책은 '우리'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미국의 몰락'이라는 쟁점을 다루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