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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호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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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절의 마지막을 기억하는 소설

    [가만히 부르는 이름][곁에 남아 있는 사람] 등, 동시대 사람들의 애틋한 이야기를 특유의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로 담아내는 작가 임경선이 소설집 [호텔 이야기]로 돌아왔다. 단편소설은 [곁에 남아 있는 사람] 이후 4년 만이다.

    전 세계적인 감염병이 장기화되며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우리가 알던 그 시절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변함없이 고유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일은 존엄하고 소중하다. 소설의 배경인 ‘그라프 호텔’은 말하자면 그러한 장소였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과묵하게 존재하던. 하지만 끝내 그라프 호텔도, 한 시절의 눈부신 영광을 뒤로하고 문을 닫게 되고, 유서 깊은 호텔의 예고된 마지막처럼 이 소설은 각자의 인생에 찾아온 한 시절의 끝을 온몸과 마음으로 겪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뜻하지 않은 환경의 변화는 복잡하고 모순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집착과 상실감, 분노와 무력감, 불안과 의연함 같은 다양한 감정 속에서 우리는 붕괴하거나 정면 돌파하거나, 견디거나 놔버린다.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더라도, 그 모든 분투에는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음을 이제 나는 안다.”/ ‘작가의 말’ 중
     
    우리는 무엇을 부여잡고, 무엇을 놔줘야만 할까. 언제까지 저항하고 언제부터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는 지금 대체 어떤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변화의 기로에 선 주인공들은 자신에게 묻는다. 바로 이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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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선이 스케치한 그라프 호텔의 마지막 계절"
    서울 남산 둘레길에 위치한 그라프 호텔은 2022년 12월 31일 영업을 종료할 예정이다. 이 호텔의 오너였던 고미술상 이유한씨가 '본질을 흐트러트릴 바에야 차라리 없애겠다.'(182쪽)는 유지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 공간은 여러모로 효율적이지가 않다. 7층 본관과 5층 별관과 잔디밭과 야외 수영장이 다인 이 호텔은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도 쉽지가 않다. 층고가 높은 공간 안으로 자연광이 쏟아져 들어오고, 풍성한 꽃장식과 고풍스러운 벨벳 가구가 손님을 맞는다. 단체 관광객 유치와 식음료 판매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적당히 한적한 호텔엔 "과거의 영광과 자존심은 여전히 포기 못 하면서도 이제는 끝을 받아들인 자들이 가지는 어떤 숙연한 공기" (22쪽)가 흐른다. 임경선의 신작 소설 <호텔 이야기>는 이 '그라프 호텔'이라는 공간을 눈에 그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호텔 영업 종료를 앞둔 마지막 육개월, '바깥 세상과 다른 속도로 시간이'(29쪽) 흐르는 이 공간에서라면 소설처럼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한적한 호텔에서 한 달을 머물며 자기 작품 대신 다른 이의 작품을 각색하는 영화감독, '대실' 상품을 판매하는 호텔에서 비밀스럽게 연인을 만나는 '프랑스 소설'같은 하루를 보내는 남자, 하우스키핑이라는 직업을 얻은 후 비로소 삶의 평화를 찾은 메이드. 언젠가 호텔에서 마주쳤을 법한 스쳐지나가는 이들의 삶에 각자의 소설이 있다. 가장 자신다운 공간으로 남기 위해 이별을 준비하는 호텔이 나다운 삶을 골똘히 바라보는 각자의 삶을 묵묵히 지켜보며 마지막 계절을 맞이한다.
    - 소설 MD 김효선 (202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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