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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불복종에 관하여
2020년 인문학 분야 268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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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역사는 불복종의 행위로 시작되었으며 복종의 행위로 종말을 고하게 될지 모른다.”

    우리는 왜 순응하는 인간이 되었나?
    20세기 사회심리학의 거장 에리히 프롬의
    ‘불복종’과 ‘자유’와 ‘휴머니즘’에 대한 성찰

    일상의 불합리 앞에서, 사회의 모순 앞에서, 세계의 부조리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양심에 따라 행동한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혹 권위와 권력의 목소리를 내면화한 채, 스스로 사고하고 저항하는 능력을 상실한 채 근본적 문제를 외면하고 있지 않은가? 전 지구적 위기 앞에서 인류가 이토록 무력한 것도 불복종의 역량을 잃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인간과 사회에 대한 분석에서 누구보다 깊은 혜안을 보여주었던 에리히 프롬이라면 이렇게 진단했을 듯하다.
    신간 『불복종에 관하여』는 프로이트와 마르크스를 비판적으로 계승한 사회심리학의 거장,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성 에리히 프롬의 철학적 에세이 4편을 엮은 책이다. 프롬이 1960년대에 집필한 글들로, 20세기 인간의 위기에 대한 비판적 인식에 기초해 ‘불복종’과 ‘자유’, ‘휴머니즘’, ‘사회주의’ 등에 대한 통찰을 담았다. 명료한 문장에 담긴 사유가 지금에도 여전히 도발적이며 문제적이다.
    프롬에게 불복종은 “양심과 신념의 이름으로 권력자에게 감히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 새로운 사고와 변화를 틀어막으려는 권위에 저항하는 것이다. 그것은 무엇에 맞서기만 하는 반항이 아니라 ‘삶에 대한 사랑’에 기초한, 무엇을 ‘향한’ 긍정적 행위다. 아담과 하와, 프로메테우스 신화에서 보듯, 인류의 역사를 열고 발전을 견인해온 문명의 토대이기도 하다. 그런데 당대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체제 모두 위계적 관료제와 경제원칙의 지배 아래 삶의 기쁨을 잃어버린 순응하는 인간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 프롬의 진단이다. 양 체제의 인간소외, 불평등, 물신화 등을 비판하는 프롬은 불복종과 생의 역량 회복을 위해 ‘인간과 정의와 연대’에 기초한, 민주적이고 인본주의적인 사회주의의 비전을 제시한다.
    프롬의 진단과 제안은 시대의 위기에 대한 경고였다. 냉전 시대의 핵무기 경쟁을 목도한 프롬은 이성과 합리성으로 무장한 채 인류의 절멸을 향해 내달리고 있음에도 그것을 제어하지 못하는 동시대인들에게 “인간의 역사는 복종의 행위로 종말을 고하게 될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6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우리는 기후 위기라는 또 다른 절멸의 버튼을 올려놓았고, 그와 연결된 신종 바이러스 앞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새로운 사유와 행동 양식을 만들어가야 하는 지금, 불복종의 역량을 회복하라는 프롬의 목소리는 여전히 절박하다. 그가 러셀을 가리켜 적었던 이야기를 우리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우리가 절멸한다 해도 우리에게 경고해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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