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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책소개
『북 치는 소년』은 홍적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이 소설집에는 1984년 타계한 김종삼 시인의 대표 시 <북 치는 소년>을 소재로 한 단편을 포함하여, 모두 4편의 단편소설과 2편의 중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에서는 좀처럼 확정지을 수 없는 여자라는 존재에 대한 탐험, 인간에 잠재된 폭력성의 섬뜩한 본질의 규명해 들어가는 등 독특하고 시니컬한 저자의 시선을 만날 수 있다.
목차
북 치는 소년
서글픈 짐승의 사랑
킬 러
파리, 텍사스 2001
그리운 유곽
별로 돌아간 사내
저자의 말
출판사서평
홍적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이 소설집에는 1984년 타계한 김종삼 시인의 대표 시「북 치는 소년」을 소재로 한 단편을 포함하여, 모두 4편의 단편소설과 2편의 중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홍적은 이 소설집에서 뭐라고 좀처럼 확정지을 수 없는 여자라는 존재에 대한 탐험과, 그 존재를 규명해 들어가는 홍적만의 아주 독특하고도 시니컬한 시선을 유감없이 드러내 보이고 있다. 거기에다 홍적은 인간에 잠재된 폭력성의 섬뜩한 본질을 규명해 들어가는가 하면, 세속을 극복해내지 못하고 끝내는 유명을 달리하는 한 사내의 씁쓸한 사랑과 죽음을 담담하게 그려내어 보이고 있다.
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
가난한 아희에게 온/ 서양 나라에서 온/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어린 羊들의 등성이에 반짝이는/ 진눈깨비처럼
위의 시는 1984년에 타계한 김종삼(金宗三) 시인의 대표작이다. 그가 죽은 지 20년이 넘었지만 이 시는 아직까지 우리 현대 시문학의 대표작 가운데 한 편으로서, 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제목은「북 치는 소년」. 바로 이 소설집의 표제작이기도 하다.
이 소설을 발표할 당시 홍적은 다음과 같은 창작 메모를 함께 실었다.
정확히 몇 년도인지는 기억할 수 없지만, 1980년도를 전후해서 우연히 생전의 김종삼 선생님을 한 번 뵌 적이 있다. 그것도 먼발치에서…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선생님은 돌아가셨다. 작년 가을, 실로 오랜만에 내 책장에 꽂힌 선생님의 시선집을 다시 읽었다. 며칠 동안… 그러다가 생각했다. 이 시가, 불우했던 한 시인의 생애가 소설이 될 수 없을까? 그러다가 쓴 게 이 소설이다. 혹 고인의 이름에 누가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정말, 그렇다….
그렇다. 이 단편은 월남한 실향민인 한 시인의 불우했던 생애와 그의 시가 소재가 된 작품이다.
그, 그러니까 김종삼 시인이 죽고 이십 몇 년이 지난 크리스마스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어느 날의 민통선. 그러니까 남북분단의 상징인 DMZ 부근의 ‘민간인 통제구역’을 접하고 있는 어느 면소재지의 읍내. 그날, 이 마을에서는 알 수 없는 일들이 연이어 몇 번씩이나 일어난다.
읍내 교회 부설의 한 유아원에서, 다방에서, 그리고 파출소와 철책선 부근에서 한 초로(初老)의 남자가 홀연히 나타났다가 폭설 속에 다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유아원 교사와 다방의 레지, 그리고 경찰관과 철책선 근무를 서는 초병(哨兵)을 혼란에 빠트린다.
그러나 독자는 전혀 혼란스럽지 않다. 마치 아름다운 한 편의 판타지 영화를 보는 것 같다면 맞을까? 그리고 여기에서 굳이 주제를 도출해 낸다면 ‘통일지향의 의지가 엿보이는 작품’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나약한 여자. 좀처럼 확정지을 수 없는 그 존재의 탐험과,
그 존재를 규명해 들어가는 저자의 독특하고도 시니컬한 시선
「서글픈 짐승의 사랑」과 중편「파리, 텍사스 2001」그리고「그리운 유곽」은 여자에 관한 이야기다.
「서글픈…」에서의 영미이모와「파리…」에서의 미스 민, 그리고「그리운…」에서의 소피아 로렌을 닮은 술집 작부는 모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마주치는 여자들의 전형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들의 내면으로 깊숙이 들어가 그 여자들의 무의식에 잠재된 에고ego, 즉 어쩔 수 없는 여자들만의 이기주의를 까발린다.
그 대표적인 여자가 바로「서글픈…」에서의 영미이모다. 그녀는 막말로 남자 없이는 단 한 시도 살 수 없는 여자다. 두 번의 정식 결혼과 한 번의 동거에 실패하고 나서도 다시 남자를 찾아나서는 여자. 저자는 이 행위를 다음과 같이 비유한다.
중국의 내륙 깊숙이 들어가면 이상한 습성의 사마귀가 산다. 그런데 그 사마귀의 암컷은 스스로 사냥하는 능력이 없어 평생을 수컷이 잡아놓은 먹이를 조금씩 얻어먹고 사는데, 수컷에게 자신의 생식능력을 빌려주는 게 그 조건이다. 그러므로 그 암컷의 삶은 항상 고달프다. 배가 고플 때마다 수컷을 찾아 돌아다니며 자신의 엉덩이를 내어 주는 이 암컷 사마귀의 기구한 삶… (…) 정말 죽기보다 싫은 수컷과의 교미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이 암컷은 이러한 지각이 없다. 배가 고프면 또다시 숲을 돌아다니다가 수컷을 만나 자신의 엉덩이를 들이밀고 만다. 사냥 능력이 없는 이 암컷 사마귀의 천형(天刑)이다. 이러한 사마귀 혹은 다른 짐승들이 벌이는 이성과의 교미를 사랑이라고 한다면, 이 암컷 사마귀의 사랑이야말로 정말 서글프기 짝이 없는 사랑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지 않겠는가?
좀 한다, 하는 그리고 제대로 된 페미니스트를 만나면 맞아 죽기 딱 알맞은 서술이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저자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겠다는데….
「파리…」에서의 이른바 화상비디오방의 스트립 걸 미스 민은 일 년 전에 헤어진 ‘화자’의 아내다. 불과 일 년 전만 하더라도 잠자리에서 자신에게 맨몸 보이기조차 꺼려했던 아내가, 친구의 강권에 의해 우연히 들른 신도시의 한 화상비디오방의 스트립 걸로 변신해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아무리 남남 사이라고는 해도 화자로서는 정말 충격 그 자체다. 과거 자신의 아내여서가 아니라, 알 수 없는 여자의 두 얼굴에 화자는 낭패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운…」에서의 젊은 시절의 작부(酌婦) 소피아 로렌 역시 이와 같다. ‘화자’의 질풍노도의 젊은 시절 한 유흥가 작부집의 그녀 역시, 화자가 단순히 대학생이라는 이유 하나로 자신에게 스스로 몸을 내어주고 난 후 훗날의 재회를 조른다. 작품에는 서술되어 있지 않지만 이 역시 앞서 두 작품에서 영미이모와 미스 민이 보여주는 잠재의식의 연장선상에 있다.
잠재적인 인간 폭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그리고 세속을 극복하지 못한 한 사내의 씁쓸한 사랑과 죽음
「킬러」는 인간 폭력의 근원에 대한 일종의 보고서다. 저자는 이 작품에서 ‘밀렵(密獵)’이라는 소재를 매개로 인간에게 잠재된 살인지향의 한 근원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추리 기법으로 서술한 이 단편은 도립공원 유일산을 끼고 있는 중부지방의 한 군청 소재지가 그 무대다.
해발 천오백 미터가 넘는 유일산에는 요 몇 달 사이에 밀렵이 연이어 발생한다. 고라니에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사향노루까지… 한데, 일반적인 밀렵과 달리 연이은 이 두 건의 밀렵에는 심상치 않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밀렵자가 사냥물을 가져가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었다는 것. 게다가 똑같은 납탄 단 한 방만으로 정확이 대가리를 쏘아 즉사시킨 것으로 보아 아주 뛰어난 사격 솜씨의 동일인물이라는 것.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후, 마침내 똑같은 사격 솜씨의 사수에 의한 사냥물이 또 하나 산자락의 눈더미 속에서 별견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고라니나 사향노루가 아니라 그 대상물이 바로 사람이라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것도 앞서와 똑같이 머리에는 딱 한 발의 총탄….
중편「별로 돌아간 사내」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엘리트 출신인 한 사내의 일대기라 할 수 있다. 월남한 아버지의 쌍생아로 태어난 사내. 그러나 그는 아버지와의 불화로 쌍둥이 형과도 관계가 멀어지고, 오직 고등학교 때 만나 결혼까지 한 아내만 의지해 살아간다. 한데, 아내의 불임은 둘 사이마저 갈라놓고 끝내는 서로 욕지거리나 해대는 증오의 관계로 파탄 나고 만다. 그리고 어느 날 밤, 만취하여 별을 본다는 핑계로 그는 동네 인근의 산으로 올라간다. 그러나 그 다음날 새벽 그는 마침내 새벽의 등산객에 의해 동사체(凍死體)로 발견된다.
새벽녘의 전화벨 소리에는 언제나 죽음의 냄새가 강하게 배어 있다. 칠 년 전 형이 세상을 떴을 때나, 그 몇 달 후 평소에 친형이나 다름없이 각별하게 지내던 선배가 세상을 뜬 것도 모두 이른 새벽녘의 전화벨 소리로부터였다.
지금도 죽은 조형 생각을 하면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가서 살아본 적이 없는 수유리의 어느 산동네를 떠올린다. 그 동네의 밤하늘에는 언제나 별이 가득하고, 그 아래 가난한 사람들의 집들 위 빈 공터에 앉아서 그 별들을 바라보는 조형과 그 아내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생각만 하면, 그들의 옆자리에 앉아 별을 바라보는 칠 년 전에 죽은 형과 선배의 모습도 함께 보이는 것이다, 언제나….
앞의 서술은 이 소설의 맨 첫 문단이고 뒤의 서술은 제일 끝 문단이다. 위의 예문에서 보듯 이 소설은 불행한 한 사내의 전생애가 가슴을 치면서도, 한편으로는 읽는 이로 하여금 묘한 행복감에 젖어들게도 한다. 이것이야 말로 우리 인간의 심연에 잠재한 알 수 없는 향수 같은 게 아닐까? 이 작품에 서술된 대로 모든 인간은 죽어서 제 각각 모두 저마다의 별들로 돌아가게 된다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