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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맹한 올드 레이디들
    20대 땐 늘 초조하고 조급했다. 왜 그리 20대의 끝이 곧 삶의 끝인 것처럼 굴었는지. 마치 20대 이후의 날들은 절벽 아래에 있는 것만 같았다. 한정된 젊은 날이 끝나면 그 뒤론 늙은 미래만이 있을 것이 분명했고 어린 내게 늙은 미래란 없는 미래나 마찬가지였다. 나이 든 나의 구체적인 삶이 딱히 상상되지 않았고, 굳이 알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그런데 30대가 되니 아무렇지도 않게 삶이 이어졌다. 있는 줄도 몰랐던 날들을 생각보다 경쾌하게 걷다 보니, 여전히 무수히 남은 미래의 날들이 갑작스러운 현실로 나타났다. 비로소 주름 짙은 여자들의 삶과 생활이 나와 관련 있는 실체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을 염탐하며 나는 남은 미래, 더 먼 미래, 미래의 끝에 대해 더 구체적인 상상을 하고 싶어졌다.

    이 책은 내가 원하던 상상의 구체적인 현실이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썼던 두 저자 중 한 명인 수전 구바가 이번엔 여러 여성 예술가들이 노년에 펼친 창조적 에너지에 대해 썼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용맹한 올드 레이디들"의 이야기다. 인간상의 디폴트 값이 젊은 남성인 이 세상에서 '늙은 여성'에게 허락된 이미지는 아주 편협한 구석에 머무를 뿐인데, 이 책에선 그 어떤 고정된 인식에도 갇히지 않고 각자의 멋진 삶을 살아내는 '여성 선배'들의 이야기가 다양한 모습으로 펼쳐진다. 특히 좋은 점은 이들이 딱히 모범적인 인간상으로 평생을 살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각기 어떤 실수와 실패들로 굽이치는 삶을 넘어온 그들이 노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혜롭게, 예술가답게 지내는 모습을 읽다 보니 희망에서 비롯되는 작은 설렘과 의지, 기쁨 같은 것이 서서히 차오른다.

    이 책의 어떤 부분을 읽으면서는 여자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또 어떤 부분을 읽으면서는 엄마와 이모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연령대와 상관없이 모든 여자들이 이 책 속에서 에너지와 지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운이 좋다면, 노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인문 MD 김경영 (2026.06.26)
    출판사 제공 카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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