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주인공이 아니어도 괜찮아”
전건우 〈게임 속 NPC로 빙의한 건에 대하여〉
트럭에 치여 정신을 잃은 진오는 자신이 플레이하던 게임 ‘다크 포레스트’ 속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런데 하필 빙의한 캐릭터는 강력한 능력을 지닌 영웅도,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도 아닌 평범한 NPC다. 대마왕을 물리쳐야 끝나는 게임 속에서 진오는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 나선다. 이름도, 특별한 능력도 없는 NPC가 된 진오는 과연 무사히 게임을 끝내고 현실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봐, 소년. 죽음의 전장은 어느 쪽인가?”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덩치 큰 남자, 아니 오크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침대에 엎어 둔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누군지 안 봐도 알 수 있었다.
“날 보러 오려면 우리 반으로 와. 기다리고 있을게.”
“민준아! 우릴 게임에서 내보내 줘.”
익명의 그 계정이 또 ‘좋아요’를 눌렀다. 나는 잠깐 그 하트를 봤다. 누구인지 모르는데도, 이상하게 그 조용한 하트 하나만은 진심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 게임 속 NPC로 빙의한 건에 대하여
내가 다크 포레스트를 얼마나 좋아하며 열심히 플레이했는데…… 그 보답이 이름도 없는 마을 소년이라고?
생각해 보니 화가 났다.
그렇다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마음을 어디다 표현할 수도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자기 일을 하느라 바빴고 일개 마을 소년의 말에 귀 기울여 줄 사람은 없었다. 무엇보다, 내가 죽어서 NPC로 빙의한 거라고 말한들 그걸 이해해 줄 리도 없었고.
_15쪽에서
◆ 빛나는 프레임 밖
나는 가는 아이의 등을 보며 잠시 망설이다 외쳤다.
“자, 잠깐. 이름이 뭐죠? 나랑 같은 학교 다녀요? 몇 학년……이세요?”
그 아이는 잠시 자리에 멈췄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냥 가 버리려나, 싶은 순간.
“수연, 이수연이야.”
그리고 멀어졌다. 가방 하나 없이 홀가분하고 가볍게.
나랑 교복이 같은 걸 보면 우리 학교에 다니는 게 분명한데. 같은 학년일까? 아니면 선배인가? 이제라도 쫓아가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왜 구해 줬냐고 화를 내야 하나? 왜 남의 일에 오지랖을 떠냐고 짜증을 부려야 했나? 매사 우유부단한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집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 오늘 자살 시도는 실패다.
_55~56쪽에서
◆ 드림 스케이프
그때, 허공에서 민준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날 찾고 있니?”
지우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목소리가 들린 곳을 찾으려고 했다. 잠시 후, 민준이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날 보러 오려면 우리 반으로 와. 기다리고 있을게.”
“민준아! 우릴 게임에서 내보내 줘.”
지우는 절박하게 외쳤지만 민준이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어둠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스멀스멀 다가왔다. 결국 지우는 어둠에 쫓겨서 2층으로 올라가야만 했다.
_118쪽에서
◆ 보정되지 않은 하루
영상을 업로드하고 난 후, 별생각 없이 휴대폰을 내려놨다. 그냥 매일 그렇듯 게시물 하나를 올렸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평소와 다른 일이 벌어졌다. 밤부터 알림이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좋아요’, 댓글, 공유, 저장. 숫자가 너무 빨리 올라가서 화면이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팔로워 수도 눈에 띄게 늘었다. 나는 몇 번이고 새로 고침을 했다.
_147~148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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