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문장으로 제임스 설터에 비할 작가는 없다”
제임스 설터의 문장의 정수를 담은 대표작 『가벼운 나날』 『어젯밤』
수전 손택, 줌파 라히리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찬사를 받아온 제임스 설터. 생존 작가로는 드물게 펭귄모던클래식에 네 권의 작품을 올리며 ‘작가들의 작가’이자 ‘생전에 이미 고전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고 평가받는다. 이번에 마음산책에서 그의 대표작 『가벼운 나날』과 『어젯밤』을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인다.
장편소설 『가벼운 나날』은 전원주택에 살며 두 자녀를 둔 벌랜드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결혼과 욕망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주변의 시선으로는 흠잡을 데 없이 이상적인 부부이지만, 이들은 각자 다른 사랑에 이끌리고 결국 이혼에 이른다. 겉으로 완벽해 보이는 결혼 생활의 어둡고 복잡한 이면을 발가벗기듯 드러낸 이 작품을 두고,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피학적 쾌감 때문에 나는 그만 진이 다 빠져버렸다”고 평하기도 했다.
소설집 『어젯밤』에는 표제작 「어젯밤」을 포함해 총 10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평범한 연인과 부부의 일상을 배경으로 성적 욕망과 그 이후에 벌어지는 배신, 치정을 그려낸다. 인물들은 무모한 열정에 이끌려 빠져들다 걷잡을 수 없이 어긋난다. 퓰리처상 수상자 리처드 포드가 “문장으로 설터에 비할 작가는 없다”고 말했듯, 간결하면서도 순식간에 폐부를 찌르는 설터 특유의 문장은 그 긴장감을 한층 더한다.
뉴욕에서 미술을 공부한 뒤 예술 작품의 섬세한 아름다움을 포착해온 박상미 번역가는 설터의 문장을 한글로 옮기는 일이 얼마나 불가능에 가까운 작업이었는지를 토로하면서도, 그의 문장들은 그 자체로 “작은 오브제처럼 빛났다”고 말한다. 생전 설터와 교류했던 박상미 번역가가 번역 과정에서 설터와 실제로 주고받은 메일도 책에 함께 수록했다.
새로운 표지는 카린 라이언스Karyn Lyons의 그림을 사용했다. 폴로 랄프 로렌과 제이크루 등 패션업계에서 아트 디렉터로 일한 이력을 지닌 그녀는 현재 뉴욕 미술계가 가장 주목하는 화가다.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그림 한 점이 10만 달러 가까운 금액에 낙찰되었고 파리, 로스앤젤레스, 뉴욕 등지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동시대 미국 회화계에서 중요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문학적 뉘앙스와 심리적 깊이를 지니면서도 열려 있는 서사, 기억의 잔상, 시간 속에서 변화하는 인간관계에 대한 시선이 담긴 그의 그림은 제임스 설터의 작품 세계와 공명하며 깊이를 더한다.

『가벼운 나날』
서문
1
2
3
4
5
옮긴이의 말
『어젯밤』
혜성
스타의 눈
나의 주인, 당신
뉴욕의 밤
포기
귀고리
플라자 호텔
방콕
알링턴 국립묘지
어젯밤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가벼운 나날』
66쪽
완벽한 하루는 죽음 안에서, 죽음과 유사한 상태에서 시작한다. 완전한 굴복에서. 몸은 나른하고 영혼은 온 힘을 다해 앞서 나간다. 숨조차 따라간다. 선이나 악을 생각할 기운은 없다. 다른 세계의 빛나는 표면이 가까이서 몸을 감싸고, 밖에선 나뭇가지들이 떨린다. 아침이고, 그는 천천히 일어난다. 마치 햇빛이 다리를 건드렸다는 듯이. 그는 혼자다. 커피 향이 난다. 개의 황갈색 털은 타오르는 빛을 빨아들인 듯하다.
78쪽
그들의 삶은 함께 꾸려졌고, 함께 짜였다. 그들은 마치 배우들 같다. 자기밖에 모르는 성실한 배우들. 오래된, 불멸의 연극 대본 이상의 세상은 없는 배우들.
255쪽
“와인 잔이야 항상 필요하지.”
“깨질까 봐 무섭지 않아?”
“내가 무서워하는 유일한 건 ‘평범한 삶’이라는 두 단어야.”
271~272쪽
그녀는 남편에게 이해심 많고 심지어 다정한 아내였다. 하지만 침대에선 무슨 협정을 맺은 것처럼 발조차 스치지 않았다. 협정은 협정이었다. 결혼이라는.
273~274쪽
공유한 것은 행복뿐이라는 듯, 그들은 다음 날을 계획했다. 이 평온한 시간, 이 안락한 공간, 이 죽음. 실제로 여기에 있는 모든 것들, 접시와 물건들, 조리 기구와 그릇들은 모든 부재하는 것의 삽화였다. 과거로부터 밀려온 조각들이고 사라져버린 몸체의 파편들이었다. 그들은 거짓의 증거들 속에서 거짓을 살았다. 어떻게 쌓여왔고 어떻게 일어났는가?
421쪽
내게 용기가 있었다면, 믿음이 있었다면, 그는 생각했다. 우리는 마치 중요한 일을 수행하듯 우리 자신을 보존한다. 그러기 위해서 항상 다른 사람을 희생시킨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비장해둔다. 남들이 실패하면 우리가 성공한 것이고, 남들이 바보 같으면 우리는 현명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실을 부여잡고 나아간다.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을 때까지.
『어젯밤』
42쪽, 「스타의 눈」에서
그녀는 열다섯이었고 그는 매일 아침 그녀의 몸을 안았다. 그때는 그게 삶의 시작이었는지, 아니면 삶을 망치고 있는 건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사랑했고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80쪽, 「뉴욕의 밤」에서
뭐, 사는 데 그게 전부니? 허구한 날 쫓아다니는 게 힘들어서 이혼했어. 만날 이렇게 저렇게 둘러대는 통에 말이야. 한번은 런던에 있는데 새벽 2시에 전화가 왔어. 다른 방에 가서 전화를 받더라고. 그때 완전히 깨달았지. 물론 그 여자가 전부는 아니었어.
99쪽, 「포기」에서
우리는 그런 얘기를 가끔 했다. 무엇을 바꿀 수 있고 또 바꿀 수 없는가에 대해서. 사람들은 언제나 뭔가, 말하자면 어떤 경험이나 책이나 어떤 인물이 그들을 완전히 바꾸어놨다고들 하지만, 그들이 그전에 어땠는지 알고 있다면 사실 별로 바뀐 게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상대방이 매력적이긴 해도 완벽하지는 않을 때, 사람들은 결혼한 다음에 전부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론 잘해야 한 가지 정도를 바꿀 수 있을 뿐이고, 그것마저도 결국은 예전처럼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117쪽, 「귀고리」에서
샐리는 얘길 계속했지만 브라이언의 귀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직도 그를 겁먹게 한, 그 첫마디만 생각났다. 그 질문에 어떻게 답했을지 가상의 리허설을 계속했다. 과연 진실을 말할 수 있을까? 진실은 중요하지만 아무도 원하지 않는 어떤 것이다
161~162쪽, 「방콕」에서
-그러면 왜 그랬어, 도대체?
-나도 몰라. 그냥 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바보 같은 충동을 느꼈을 뿐이야. 행복은 다른 걸 갖는 게 아니라 언제나 똑같은 걸 갖는 데 있다는 걸 난 그때 몰랐어.
미국 소설가. 1925년 뉴저지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자랐다. 웨스트포인트사관학교 졸업 후 전투기 조종사로 수많은 전투에 참전했다. 한국전쟁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군에서 집필한 『사냥꾼들』(1956)을 출간하면서 전역, 전업 작가가 되었다. 시나리오 집필에 몰두해 영화 <다운힐 레이서>(1969)와 <약속>(1969)의 시나리오를 썼고, <세 타인들Three>(1969)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했다.
1975년 장편소설 『가벼운 나날』을 출간해 큰 호평을 받았다. 퓰리처상 수상자 줌파 라히리는 “이 소설에 부끄러울 정도로 큰 빚을 졌다”라고 말했다. 1988년 펴낸 단편집 『아메리칸 급행열차』로 이듬해 펜/포크너상을 받았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단편집 『어젯밤』(2005)으로 “삶이라는 터질 듯한 혼돈을 누구도 설터처럼 그려내지 못한다”라는 찬사를 받았다. 2013년 발표한 장편소설 『올 댓 이즈』에는 “더없을 위업” “설터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 등 수많은 극찬이 쏟아졌다.
2012년 펜/포크너 재단이 뛰어난 단편소설 작가에게 수여하는 펜/맬러머드상을 받았고, 2013년에는 예일대에서 제정한 윈덤 캠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2015년 6월, 뉴욕주 새그하버에서 아흔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주거환경학을 공부한 뒤, 1996년 뉴욕으로 건너가 미술을 공부했다. 2014년 서울에서 아트 갤러리 토마스팍Thomas Park을 개관했으며, 2018년 뉴욕에 이어, 2022년 이태원에 새로운 공간을 열어 운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뉴요커』, 『취향』, 『나의 사적인 도시』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 가이 대븐포트의 『스틸라이프』, 마크 스트랜드의 『빈방의 빛』, 제임스 설터의 『가벼운 나날』, 『어젯밤』, 줌파 라히리의 『이름 뒤에 숨은 사랑』, 『그저 좋은 사람』, 마이클 키멜만의 『우연한 걸작』 등이 있다. <한국일보>, <한겨레>, <중앙일보>, <조선일보> 등 일간 매체와 주요 잡지에 기고했으며, 현재 뉴욕과 서울에 거주하며 작가, 번역가, 갤러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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