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동시대 한국의 장편 그래픽노블 『고고』
『고고』는 동시대 한국 만화의 새로운 감각을 보여주는 아포포 작가의 데뷔작이다. 금방이라도 풀어질 것 같은 느슨한 선, 다양한 질감과 여백으로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버려지는 것들, 책을 사러 향하는 사람들, 변화하는 동네의 기록, 전역한 친구와의 만남을 다룬 네 편의 이야기는 서로 독립적인 단편처럼 읽히면서도 하나의 긴 흐름을 만든다. 미묘한 균열을 따라 미끄러지는 작품 속 일상은 우리가 지나쳐 온 한국 도시의 풍경을 낯설게 다시 조명한다. 『고고』라는 제목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움직임과 오래된 도시는 한 권의 책 안에서 나란히 존재한다.
“저는 이제 돌아가려고요. 앞으로 돌아가서는 소외된 심장의 행방에 친절하려고 해요.”
신선한 형식을 시도하면서도 『고고』는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을 다룬다. 평범하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읽는 이에게 기이한 생채기를 남긴다. 만화의 실험적인 형식은 신선한 장치에 머물지 않고, 감정의 층위를 쌓으며 이야기를 새롭게 연결한다. 『고고』는 책이라는 매체를 만화의 일부로 끌어들인다. 페이지의 물성을 활용한 연출은 독자에게 한 권의 책에서만 가능한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어딘가를 배회하는 인물들, 일상에서 미끄러지는 기묘한 작품 속에서 독자는 함께 배회하며 자신만의 무언가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고고』는 움직이는 사람들과 오래된 도시를 통해, 앞으로 가는 일과 되돌아보는 일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대 한국의 일상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지나쳐 버린다. 『고고』는 느린 발걸음으로, 익숙한 풍경과 스쳐 간 사람들, 그리고 미처 들여다보지 않았던 당신의 옆모습을 바라보길 권한다. 이 책은 독자에게 잠시 발을 딛고 머무를 여백을 건넬 것이다.
오늘의 친절이 내일도 이어질 거라는 순진한 착각을 했습니다. 모든 친절은 미완성이고 진실한 수수께끼를 선물받을 뿐입니다.저 꽃을 사가는 사람은 왜 꽃을 사갈까요. 저는 그것조차 알 수가 없습니다. 아마 저는 많은 걸 오독하며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어요.
(…)
저는 이제 돌아가려고요. 앞으로 돌아가서는 소외된 심장의 행방에 친절하려고 해요.
-「머리 위에서」
이러고 그냥 돌아다녀요. 동네에 강이 많아서 다리도 많아요. 하하, 보세요! 여기에도 폈어요. 여기서 더 이야기 해도 될까요? 괜찮으면, 여기 이야기 해놓으면 좋을 거 같아요. 개가 죽었거든요? 그런 이야기는 보통 안 하잖아요.
-「평범한 전설」
말을 걸 부끄러움보다 하지 않을 후회를 상상할 수 있었다면 그 속에서 피어나는 용기를 창조할 수 있을까? 그건 창조다.
당신을 가지고 싶지 않아요. 무언가 영원히 장악하는 건 불가능해요. 우리는 무엇으로부터 무엇을 움켜쥐려는지도 몰라요. 사실 움켜쥔 적도 없고 그 순간 이미 빠져나가 버리죠. 무엇이 이어지고 있습니까.
-「마법이 있는 곳」
아포포 작가의 만화에 대한 사유를 좋아한다. 처음 원고를 읽었을 때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장르적 재미보다 페이지 만화를 다루는 새로운 태도였다. 편집을 맡으며 나는 그가 작품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과 만화라는 형식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시간을 지켜볼 수 있었다. 『고고』는 그러한 시간과 사유가 겹쳐지며 만들어진 작품이다.
나는 앞으로도 그의 만화를 꾸준히 만나보고 싶다. 그의 시간과 고민이 한 권의 만화가 되어 독자의 익숙함을 흐뜨려놓는 순간을 계속 발견하고 싶고, 『고고』가 그 시작이 되었으면 한다. 동시대 한국 만화에서 새로운 세대의 출현을 알리는 만화책이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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