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두 권의 책이 아코디언 접이면을 통해 이어져 끝없이 되풀이되는 독특한 구조를 통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흥미롭게 그린다.
첫 번째 책은 화가의 노트가 중심이다. 푸른색 노트를 품에 안은 한 화가가 집을 나서는 모습의 표지를 넘기면 책은 푸른 노트 안으로 들어간다. 페이지 수가 적힌 노트에는 그가 세상을 바라보며 그리고 쓴 그림과 글이 담겨 있다. 언젠가부터 발견한 꼬리가 느껴지는 사람들, 그들은 사람인 것 같지만 어딘가 동물을 닮아 있었다. 모자 옆으로 털이 나 있는 귀가 튀어나와 있기도 하고, 뾰족한 이가 보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들을 보지 못했지만 화가는 그들을 발견할 때면 푸른 노트에 기록하곤 했다.
노트를 덮으면 첫 번째 책이 끝나고 이어지는 아코디언 접이면에서 화가는 점점 작아지며 자신의 집 문 앞에 서 있는 모습으로 두 번째 책, 집의 공간이 시작된다. 화가가 코트를 벗자 엄청나게 큰 푸른 꼬리가 드러난다. 화가는 하루 종일 숨겨 왔던 자신의 꼬리를 길게 늘어트린 후 천천히 빗고 잠들어 꿈속에서도 낮의 기억들을 매만진다. 다음 날 아침이 되며 두 번째 책은 마무리되고, 집을 나서기 전에 긴 꼬리를 늘어트린 화가는 첫 번째 책으로 이어지는 아코디언 접이면에 서 있다.
그 걸음을 따라가면 노트를 들고 집을 나서는 화가가 보이는 첫 번째 책 표지에 다다르게 된다. 화가는 다시 노트를 펼치고 거리의 사람들을 바라본다. 책의 마지막과 처음은 끝없이 이어지며 노트와 집, 그리고 현실과 꿈을 오간다. 마치 끝없이 계속되는 하루들처럼.

오승현
“지금까지 이런 책은 없었다!”라고 감히 단언하고 싶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세상의 참맛을 보여주는 『꼬리가 느껴지는 사람』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편집이 내용을 우선적으로 다룬다면, 제작은 책의 꼴을 완성하는 데에 집중한다. 그러나 그림책은 책의 꼴 또한 내용의 일부가 될 수 있으므로 그 부분 역시 편집의 영역이다. 이건 2인 크루 글로연에서 편집자가 편집과 제작을 동시에 맡아서 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 아니라 그렇게 했기에 더 잘 구현할 수 있었다고 하련다. (씨익)
이전에도 글로연은 그림책 제작에서 여러 특별한 시도를 해 왔다. 『2053년 이후, 그 행성 이야기』에서는 170센티미터 길이의 접이책에 멸종동물을 야광으로 표현했고, 『줄타기 한판』에서는 페이지마다 실을 꿰어 진짜 줄타기 느낌을 주었으며, 최근에 출간한 『순록의 태풍』에서는 레이저 컷팅 장면의 레이어링을 통해 작업 과정을 책에서도 맛볼 수 있게 했다. 이들 모두 제작의 고난과 완성의 희열을 진한 농도로 주었던 책들이다. 『꼬리가 느껴지는 사람』 더미를 만들고 제작을 위해 작년 8월부터 충무로와 파주를 다녔다. 충무로에서는 판매가 10만원 정도로 해야만 하는 높은 견적을, 파주에서는 아예 견적조차 받을 수 없었다. 작업 공정이 그만큼 까다롭다는 말이었다. 덕분에 지금까지의 제작 과정을 통틀어 가장 어려운 작업이 『꼬리가 느껴지는 사람』이 되었다. (희열의 농도도 가장 진하겠지?)
두 권의 책이 아코디언 접이면으로 이어져 끝없이 순환되는 이번 책은 지금까지 펴낸 작가의 그림책과는 전혀 다른 형태적 매력을 보여준다. 이진희 작가는 내가 아는 한 누구보다도 오브제로서의 책에 관심이 많은 작가다. 어쩌면 그녀는 그동안 대중 출판의 제작 환경이 가진 한계를 생각하며 그에 맞추어서 이야기를 만들어 왔는지도 모르겠다. 3년 전에 출간된 『2053년 이후, 그 행성 이야기』를 보고 진희 작가는 깜짝 놀랐다고 했다. 출판사가 이렇게 책을 제작해 줄 수 있구나. 그것도 자신이 오랜 시간 함께해 온 글로연에서. 그 사실이 작가로 하여금 자신의 영감을 한껏 펼치게 한 것 같다. 한 번도 보지 못한 형식의 책 『꼬리가 느껴지는 사람』에 대한 아이디어를 작가는 그렇게 꺼냈고, 마침내 완성에 이르렀다. 종이와 제본, 그리고 디자인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책을 만났을 때 조용히 짓던 그녀의 편안한 미소를 나는 잊지 못한다. 『도토리시간』이 나왔을 때 그 책을 쓰다듬으며 보인 모습이다. 이 책의 제작 과정에서 나온 샘플을 보여줬을 때 나는 그 미소를 다시 보았다. 성공!
이 책에는 파란색 노트를 품에 안은 한 사람이 나온다. 노트 안에는 그가 세상을 바라보며 기록한 흔적이 남아있다. 그는 언젠가부터 꼬리가 느껴지는 사람들을 발견했고, 그 사람들을 관찰하며 기록한 장면들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그림책을 만들기 오래전부터 누구에게나 하나의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푸른 꼬리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푸르고 긴 꼬리는 타인에게 나누고 싶지 않은 자기만의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만 있는 것 같은 긴 꼬리를 오랫동안 바라보다 보면, 그 시선은 나에게서부터 타인에게로 옮겨지곤 한다. 어딘지 이 세상에 있는 것이 잘못된 것 같았던 마음도 나와 비슷한 누군가를 발견하는 것만으로 때로는 위안이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은 나의 기다란 꼬리와 화해하고 편히 잠드는 날도 있을 것이다. 자기만의 꼬리와 살아가는 누군가가 자신과 닮은 타인의 꼬리를 발견하며 안도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생각한다.
가만히 길을 걷다 보면
꼬리가 느껴지는 사람이 지나간다.
자기만의 비밀과 함께
내 곁을 조용히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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