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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250원, 19권 펀딩 / 목표 금액 1,000,000원
펀딩 중 (마감 2026-08-03, 출간예정 2026-08-10)

*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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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지난 세기 오스트리아 빈의 문화를 다룰 때 프로이트, 비트겐슈타인 등과 함께 반드시 언급되는 작가지만 우리에겐 생소한 카를 크라우스의 아포리즘과 대표 에세이를 한국 최초로 번역한 작품집이다. 카를 크라우스는 잡지 『횃불』Die Fackel을 창간해 언론과 법, 예술의 위선을 신랄하게 공격했으며 독선과 조롱을 언어유희로 버무리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었다. 벤야민, 아도르노, 브레히트 당 당대 거장들의 존경을 받았으며 시대의 논쟁가로 주목을 받았다. 크라우스의 묵시론적 독설은 겉과 속이 다른 표리부동의 세계를 공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책의 1부에는 크라우스의 촌철살인의 사유가 빛나는 아포리즘을 모았으며 2부에는 법제도, 저널리즘 등을 특유의 아이러니한 감각으로 포착한 짧은 에세이 6편을 수록했다. 3부에는 언어예술, 세계대전 등을 다룬 크라우스의 대표적 장편 에세이 3편을 수록했다.

『횃불』은 사실상 반反언론 매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저널리즘의 위선과 맞서 싸운 잡지였다. 『횃불』의 주 공격 대상이 됐던 빈의 일간지 『신자유신문』은 “제국의 군주를 제외하고는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라고 불릴 정도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언론사였다. 그러나 이 신문조차 크라우스에게는 검열을 의식해 정부의 견해를 대변하는 매체로 비춰졌고 겉으론 고상한 역할을 자처하지만 뼛속 깊이 상업적 이해에 젖어든 신문일 뿐이었다. 크라우스는 이 신문의 위선을 폭로하기 위해 이따금 ‘가짜 제보’를 직접 투고해 언론이 사실 확인조차 거치지 않고 센세이션에 집중하는 현상을 통렬하게 꼬집는다(「지진」).

크라우스가 언론을 끊임없이 비판한 이유는 단지 사소한 오보나 교양있는 척하는 태도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언론이 전달자를 넘어서 하나의 ‘사건’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1차 세계대전 발발 직후 씌어진 에세이 「이 위대한 시대에」에서 크라우스는 “신문은 사건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선동을 넘어선 사건 그 자체”임을 간파하며 “언론이 잔혹행위에 관한 거짓을 퍼뜨리면 그 잔혹행위가 실제로 발생한다”는 끔찍한 사실에 주목한다. 언론에 의해 만들어진 사건들이 전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간파한 것이다.

크라우스의 대표적 에세이로 꼽히는 「하이네와 그 결과들」은 프랑스의 문예란을 독일에 도입한 장본인 하이네를 통해 신문 문예란의 언어가 독일의 언어를 얼마나 세속화시켰는지를 비판한 글이다. 크라우스가 문예란에서 무엇보다 주목한 것은 정보와 정신적인 것이 장식적 언어 속에서 뒤섞이는 현상이었다. 이는 다분히 하이네다운 현상으로서 서정시에다 목적이 담긴 이야기를 뒤섞어 미사여구로 치장하는 경향이 하이네를 모방한 문예란 필자들에게 그대로 이어졌다고 크라우스는 지적한다.

법과 제도, 그리고 저널리즘을 향한 크라우스의 비판은 그야말로 신랄했지만 그 이면에는 진정한 예술에 대한 강한 염원이 자리잡고 있었다. 크라우스는 무엇보다 언어예술에 관심이 많았고, 장식을 건축의 적이라고 표명한 건축가 아돌프 로스와 마찬가지로 언어를 망치는 주범으로 얄팍한 기교를 꼽았다. 크라우스는 연극에서도 스펙타클한 극적 효과보다는 언어적 측면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가 셰익스피어와 네스트로이 등의 희곡을 자기만의 이야기노래Sprechgesang로 만들어 직접 낭독했다는 사실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또한 크라우스는 당시만 해도 한물간 익살극 작가로 알려졌던 네스트로이를 재발굴한 것으로 유명한데, 그 대표적인 에세이가 바로 본서에 소개된 「네스트로이와 후세」이다.

네스트로이는 우리에게 매우 낯선 작가이지만 관용어와 방언, 여러 계급의 다양한 구어에 담긴 미묘한 뉘앙스를 포착해내는 놀라운 언어감각을 가진 작가로 알려져 있다. 네스트로이 서거 50주년을 기념해 씌어진 이 글은 네스트로이 언어의 독특한 의미를 하나하나 짚어낸다. 크라우스가 보기에 네스트로이는 “언어로 사물을 사유하기 시작한” 최초의 독일어권 작가이며 “언어를 경직된 경련에서 해방시키고 모든 표현마다 사유를” 던져준 풍자가이다. 또한 네스트로이의 언어들은 “시대와 동떨어진 채 동시대성과 맞서는 지속적인 이의제기”로, “언어유희를 통해 삶에 더 잘 대처하게 만드는 사유의 과정”이다. 한마디로 언어에 사유를 결합한, 거의 철학이라고 불러도 좋을 작품이 바로 네스트로이의 희극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이는 상업적이고 대중적 언어에 맞서 언어예술의 고유한 기원을 지키려 했던 크라우스 자신의 입장을 네스트로이라는 거장의 거울에 비춰본 것일지도 모른다.

2부에 실린 짧은 에세이에는 제국의 수도 빈에서 카를 크라우스가 마주했던 정치, 언론, 일상의 모습들이 씁쓸하고도 아이러니한 필치로 묘사돼 있다. 크라우스는 낮에는 주로 취침을 하고 밤에 일어나 세상의 모순을 파헤치는 글을 쓰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뒤집힌 생활방식에 대한 찬양」에는 그런 일상이 잘 그려져 있다. 오스트리아의 성매매 합법화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식이 돋보이는 「명예십자가」, 세상의 이목과 언론의 호들갑을 피해 은둔하는 모습을 다룬 「비버 모피」, 점점 상업화돼가면서 정신이 마주한 위기를 포착한 「포스터의 세계」 「북극의 발견」도 주목할 만한 글이다.

1부에 실린 카를 크라우스의 아포리즘은 상투적 언어에 대한 자기만의 반격을 드러낸 독특한 글쓰기를 보여준다. 정치, 예술, 독서, 동시대인 등을 다룬 아포리즘들은 크라우스 사상의 핵심이자 문체의 정수를 담고 있다.


옮긴이의 말

독일어문학, 그 중에서도 오스트리아 문학을 전공했고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를 번역했던 나로서는 20세기 초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활동했던 문인들에게 관심이 없을 수 없었다. 그 중 카를 크라우스는 빈의 문화를 다룬 책마다 등장하는 작가였고, 문제적 작가로 비중 있게 소개되는 인물이었으나 막상 그가 집필한 책들이 번역되지 않아 과연 어떤 작가이길래 이러한 주목을 받는지 늘 궁금했다.
(중략)
오직 ‘풍문으로’ 전해지던 카를 크라우스의 글을 직접 번역하면서 이 작가가 당대의 엄청난 작가들에게 존경과 주목을 받은 몇 가지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그 중 무엇보다 절실하게 다가온 것은 크라우스의 풍자정신이다. 우리말로 풍자라고 하면 국어시간에 배웠던 해학이나 익살처럼 조롱을 동반한 웃음 같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러나 제대로 된 풍자라면 모순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이 있는 동시에 고결함에 대한 강한 의지가 동반돼야 함을 크라우스의 글은 잘 깨우쳐준다. 시인 김수영이 쓴 시구 중에 “풍자가 아니면 해탈”(「누이야 장하고나!」)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우리는 풍자가 얼마나 아슬아슬한 기법인지를 예감한다. 풍자가 본질을 벗어나는 순간, 해탈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진실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풍자는 섣불리 다룰 수 없는 장치이며 자기만의 중심을 유지하지 않고는 성공하기 힘든 기법이다.
(중략)
너무나 독보적이어서 지독하게까지 느껴지는 크라우스의 글을 우리 독자들에게 처음 선보이는 마음은 보람차면서도 두려울 수밖에 없다. 다른 언어권의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현란한 문체와 독특한 언어유희 때문에 번역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평가받는 크라우스의 글이 과연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해질 수 있을까. 단 하나의 언어도 헛됨 없이 촘촘하게 빚어낸 크라우스의 언어를 최대한 우리말로 풀어보고자 했으나 넘어서기 힘든 한계가 있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부디 크라우스가 세상에 맞서 전하고자 했던 촌철살인의 풍자정신이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여주기를 바랄 뿐이다.

2026년 7월
안병률

추천사

침묵, 지식, 정신의 깨어 있음이 논쟁가 크라우스의 특성을 구성한다. _발터 벤야민

크라우스는 언어를 심판함으로써 사회를 심판하는 작가다. _테오도르 아도르노

시대가 손으로 자신의 숨을 끊으려 할 때, 크라우스가 바로 그 손이다. _베르톨트 브레히트


책 속에서

우리가 머리만 자르고 싶을 때 이발사는 새로운 소식을 전해준다. 우리가 뉴스만을 원할 때 저널리스트는 똑똑해 보이려고 애쓴다. 둘 다 더 높은 것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17면)

어느 도시에서 어리석음이 발생했다면, 그곳은 오염 지역으로 선포돼야 한다. 그리고 절대 오염 사실이 은폐되어서는 안 된다. 어떤 멍청이가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들락날락하기는 얼마나 쉬운가. 그런 시기에는 사람들이 생각하듯 학교를 열 것이 아니라 폐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3-24면)

문예비평란을 쓴다는 건 대머리에 컬을 만드는 것과 같다. (33면)

선동가는 말을 붙잡는다. 예술가는 말에 사로잡힌다. (35면)

오, 황홀한 언어체험의 환희여! 언어의 위험은 사유의 쾌락이다. 저 모퉁이를 도는 것은 무엇인가? 아직 보이지 않는데 이미 사랑에 빠진 것 아닌가. 나는 이 모험 속으로 투신한다. (43면)

반대는 그저 기계적인 뒤집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 마디를 뒤집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체험과 고통과 인식이 습득돼야 하는가. (65면)

세계는 날마다 점점 확장된다는 글이 나오고 있다. 세계가 내적으로 만족한 나머지 외부 정복에 나서는 것일까? 아니면 내부의 적인 어리석음이 이런 길로 이끄는 것일까? 세계의 머리인 언론은 정복욕에 부풀어 올랐고 매일 벌어지는 성취로 터질 지경이다. (150면)

훌륭한 건축가 아돌프 로스Adolf Loos가 증명하듯이, 실제 생활을 장식으로 더럽히는 것은 저널리즘이 정신에 침투하는 것과 유사한데, 이는 파국적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언론을 정신적으로 건조시키고 문학에서 짜낸 수액을 되돌려받는 대신 진보적인 세계는 정신적 장식을 새롭게 치장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문학적 장식은 부서지는 게 아니라 빈의 정신적 공방에서 현대화된다. 문예란, 분위기 묘사, 장식적 메모 등은 오합지졸들에게 ‘당신의 집을 장식하라’는 슬로건과 함께 시적인 장식까지 집안으로 침투시킨다. (163-64면)

이 시대에는 통신으로 전달되지 않은 것은 모두 사라져버린다. 그들에게 보고를 해주는 사람들이 그들의 상상력을 대신한다. 언어를 듣지 못하는 시대는 그저 정보의 가치만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는 상황을 직접 체험할 때만 그 재치에 웃을 수 있다. 기억력이 소화력만큼도 못 되는 시대인데 어떻게 눈앞에 펼쳐지지 않은 것에 손을 뻗을 수 있겠는가? 우리가 더이상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정신적으로 승화하려다가는 소화불량에 걸리고 말 것이다. (233면)

깃발과 불꽃 뒤에, 영웅과 조력자 뒤에, 모든 조국 뒤에 하나의 제단이 마련되었고 그곳에서 경건한 학문이 손을 비빈다. “하느님이 소비자를 창조하셨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이 소비자를 창조한 것은 그가 이 땅에서 잘살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상인들이 잘살게 하기 위함이었다. 왜냐하면 소비자는 벌거벗은 채 창조되었고 옷을 팔아야 비로소 상인이 되기 때문이다. 살기 위해서 먹어야만 한다는 필연성은 철학적으로 부정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명제가 공공연히 드러나는 것은 떨쳐낼 수 없는 ‘치욕의 결핍’을 증명한다. (240-41면)

지은이 및 옮긴이 소개

지은이 | 카를 크라우스 Karl Kraus 1874-1936

1874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이친Jitschin에서 태어나 제국의 수도 빈 대학에 진학했지만 학위를 마치진 않았다. 1899년 스물다섯의 나이에 잡지 『횃불』Die Fackel을 창간해 사망하던 해인 1936년 922호에 이르기까지 발간을 이어갔다. 창간 이후 12년 동안은 다른 필자들의 글도 실었지만 그 이후로는 자신의 글만 수록한 1인 잡지로서 수많은 작가들에 대한 비판과 풍자를 담았고 법제도와 언론의 위선, 전쟁 등을 신랄하게 공격했다. 독선과 조롱을 언어유희로 버무리는 데 탁월하며 치명적인 한방을 날리면서도 고도의 유머를 잃지 않는 진검승부를 벌인 결과 끊임없이 고소 고발 사건에 휘말리면서도 발행을 이어갔다. 비트겐슈타인, 벤야민, 아도르노, 브레히트 등 당대의 거장들이 『횃불』의 발행인이자 필자인 크라우스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크라우스의 에세이와 아포리즘은 대부분 이 잡지에 수록된 것을 나중에 편집한 것이다. 장식적 예술가로서의 하이네를 비판하는 한편, 풍자를 언어예술의 최고 경지로 끌어올린 네스트로이를 재발굴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표작으로는 1차 세계대전을 다룬 반전 희곡 『인류 최후의 나날』, 아포리즘 모음집 『언어와 반언어』, 에세이 「하이네와 그 결과들」 「네스트로이와 후세」 등이 있다.


옮긴이 | 안병률

노안이 왔으나 숨겨진 텍스트를 찾는 데는 열심이다. 원고를 마주하는 순간을 여전히 좋아한다. 연세대 독어독문학과와 동대학원 석사를 졸업했고 성공회대 사회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 『특성 없는 남자 1-4』 『곰스크로 가는 기차』 『좋건 싫건, 나의 시대』 『차브』(공역) 등이 있다.

도서 정보



도서명: <언어와 반언어>

- 부제: 상투적 세계에 맞선 카를 크라우스의 반격
- 분류: 국내도서 > 인문교양
- 판형: 130*200mm / 268쪽
- 정가: 17,500원
- 출간 예정일: 2026년 8월 10일
- 펴낸 곳: 북인더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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