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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최혜진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이 분야에 3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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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앞머리를 잔뜩 내려 표정을 감춘 아이가 있다. 푸르고 여린 들꽃을 돌볼 줄 알지만, 무뎌지지 않으면 무너질 것 같은 현실 앞에서 딱딱하고 뾰족한 외피를 둘렀다. 금발 가발 뒤에 비밀을 숨긴 또 다른 아이가 있다. 사람들 사이를 조용히 겉돌며 홀로 마음 둘 대상을 갈구한다. 캠핑장에서 우연히 만난 두 아이가 서툴게 관계를 맺으며 서로를 고립에서 꺼내주는 이야기 『메멧: 계절이 지나간 자리』. 여백 많은 글과 그림 사이로 흐르는 감정의 밀도가 압도적이다. 이 책을 읽고 ‘들키고 싶지 않아’라는 마음이 실은 ‘누가 알아줬으면 좋겠어’의 다른 표현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2.
마음은 몸의 어디쯤 있을까? 옛사람들은 세상의 크기를 알기 위해 자기 몸을 줄자처럼 이용했다. 1큐빗은 가운뎃손가락 끝에서 팔꿈치까지, 1야드는 한 팔을 쭉 뻗어 몸통부터 손끝까지, 1발은 양팔을 모두 뻗었을 때의 길이다. 궁금한 대상 앞에서 예단하지 않고, 일단 몸을 포개어 본 뒤 작다, 크다, 낮다, 높다 이해하는 삶의 방식. 너그러운 오차 속에서 맺어지는 관계가 그리워졌다. 양팔을 번쩍, 손끝을 활짝 열고 세상을 누비는 아이 덕분에. 사랑하는 연인들은 손끝만 스쳐도 짜릿함을 느낀다. 아이는 연인의 손을 가졌다. 벌렁벌렁 뛰는 마음으로 바람과 손잡고, 개구리를 따라 몸을 낮추며, 자기보다 몇 배나 큰 나무를 끌어안는다. 감각의 확대경을 가진 아이를 따라 길을 걷고 나니 ‘나와 상관없는 너'라는 건 없었다. 온통 내 편이었다.
3.
‘헤젤리흐’라고 소리 내 읽어 본다. ‘초로스’, ‘에테르포클록스카프’, ‘카푸네’라고도 소리 내 본다. 《당신의 마음에 이름을 붙인다면》에서 소개하는 71개의 단어는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상황을 뜻하는 이국의 낱말들이다. 그림책의 글은 낭독할 때 진가를 알 수 있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런 경우다. 태어나 처음 발음하는 낱말의 파동과 울림에 귀 기울이면서 펼침면을 가득 채운 수채화에 시선을 던지는 순간, ‘그곳’에 도착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이들이 사는 곳, 대충 뭉개지 않고 정확하게 알아차리는 곳, 한마디로 딱 잘라 설명할 수 없는 구구절절한 마음이 제자리를 찾는 곳, 사소한 느낌까지도 귀하게 대접받는 곳. 이 세계 어딘가에 이런 낱말을 일상적으로 쓰는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가 너무 많이 외로워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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