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행위성을 과도하게 신뢰하지 않으면서도 비유와 의미화 과정을 통해 분명 다른 차원의 형식과 흐름을 열어가는 노동을 비평이라는 장르에서 발견했다. 개도, 애도, 남편도 없지만 한국 여자로 키워지며 갈 곳 없는 공격적 돌봄 욕구를 키워온 이십대의 내가 고등교육을 통해 비평이란 장르에 빠져든 건 우연이 아니다.
되고 싶지 않은 인간을 부러워해본 적 있는지. 남들과 경험을 나누지 못하면 시들어버리는, 그러나 그럴 만한 데도 딱히 많지 않은, 그래서 외로움과 스트레스를 허언과 강박으로 푸는, 그러다 가끔 자신만의 트립의 땅에 도달하는, 그럼에도 다시 정신을 차리려 오늘도 모닝커피를 때려넣은, 모든 제정신병자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2025년 겨울
오은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