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현대시사상』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극에 달하다』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 『눈물이라는 뼈』 『수학자의 아침』 『i에게』 『촉진하는 밤』, 산문집 『마음사전』 『시옷의 세계』 『한 글자 사전』 『나를 뺀 세상의 전부』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그 좋았던 시간에』 『어금니 깨물기』 등이 있다.
즐기다가, 매혹되다가, 홀려버리는 순간이 있었다. 그때에 나는 행복했다. 그 행복 때문에 몸이 아팠었다.
세상의 자질구레한----그러나 나에게는 위대했던----변죽들에게, 황홀하게 흡입되고, 또한 침식되는 것. 침식된 자들이 다시, 자발적으로 이 세상을 침윤하고 침식하는 것.
이것은 새롭게 망가져가는 세계에서, 이끌려 망가질 수밖에 없는 자들이 체득한, 어쩌면 유일한, 접신술이다.
그저 ‘호흡’하다가 내 몸 속에 빨려들어온 것들. 그리하여 나를 만들어버린 것들. 무너지고, 쏟아지고, 흩어지고, 사라지는 것들…… 그 불순하고 찰나적인 것들이 나에게 위로한다.
“너는 내 자식이다. 그래서 내 젖을 빨게 한 것이다.”
그러니 어쩌랴. 착하고 지고지순한 노래들이 아무 의미 없이 여겨지는 이 천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