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집을 내고 중학교 3학년 때 국어 선생님이자 담임이셨던 멋쟁이 선생님에게 내가 낸 시집을 등기우편으로 보냈다. 잘 전해 줬다고 우체국에선 기별이 왔는데 며칠이 지나도 선생님께선 아무 소식이 없었다. 매 맞을 차례를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이걸 글이라고 시라고 써서 시집을 냈냐고 실망하시고 혼내실 것 같은 선생님을 생각하니 너무 부끄럽고 몸 둘 바를 몰랐다. 다시는 시집을 내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어느새 한 줄씩 시나브로 글을 쓰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든 나의 발자국을 남기고 나의 감정과 기억을 소환하여 인화하고 싶었다. 나의 결을 조금이라도 누군가에게 어필하고 싶었다. 초등학교 시절에 숙제하고 자면 마음이 편하듯이 숙제처럼 나를 표현하고 동시에 나를 발견하는 것은 한 줄의 글을 쓰는 일이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