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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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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순간향기>

서일

대학을 졸업한 뒤 카메라 하나를 손에 쥐었습니다.
그로부터 서른다섯 해, 공공기관과 대기업, 방송국을 오가며 CF와 홍보영상, 교육영상, 다큐멘터리, 사내방송 등 수많은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기록하고, 이야기를 엮는 것이 제 일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영상이 카메라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깨달았습니다. 좋은 영상은 카메라가 아니라 한 줄의 문장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보다, 왜 그것을 보여주어야 하는지를 먼저 묻는 일이 더 중요했습니다.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철학을 읽었습니다.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역사를 읽었고,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문학을 읽었습니다. 영상의 대본을 쓰기 위해 시작한 독서는 어느새 세상을 바라보는 습관이 되었고, 하나의 장면을 오래 바라보는 일이 하나의 생각을 오래 붙드는 일로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영상은 제게 글쓰기를 가르쳤고, 글쓰기는 다시 사유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도 저의 스승이었습니다.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표정과 말, 침묵과 선택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결국 모든 이야기는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기술은 시간이 지나면 낡지만, 사람에 대한 질문은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순간향기>는 그렇게 서른다섯 해 동안 영상을 만들며 품어온 질문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카메라로 세상을 바라보던 시간이 책을 읽는 시간으로 이어졌고, 책을 읽는 시간이 글을 쓰는 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글들은 결국 삶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한 사람의 철학적 기록이 되었습니다.

누군가 이 책을 덮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달라지고, 자기 삶을 향한 질문 하나를 품게 된다면,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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