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내가 서울에 온 지 꽤 됐다는 걸 실감했다.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온 게 대학 입학 때였으니 벌써 이십 년이 된 것이다.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결혼을 하고, 금융회사에서 사내변호사로 일하다 개업해서 내 사무실을 내고, 아이를 낳았다.
돌아보면 정신없이 달려왔고, 정신없이 달리는 것만이 인생의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갑작스러운 일을 겪고 지금까지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사법시험에 합격했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이 기뻤지만, 취업의 문턱 앞에 한없이 작아지기도 했다. 이직에 성공했을 때에는 이제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리라 다짐했지만, 회사생활은 정말 녹록지 않다는 교훈을 얻었다. 개업을 결심했을 때는 나만큼 개업에 적합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이 정도로 유지하는 게 어디냐며, 별 탈 없이 마무리된 오늘 하루에 감사하며 산다.
삶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12년 차 변호사인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게 다소 주제넘을 수도 있겠지만, 살면 살수록 그런 것 같다. 누구나 우쭐한 순간이 있고, 바닥을 치는 순간이 있다. 특히 사업을 하는 분들이라면 매일 파도타기를 하는 심정일 것이다. 내가 만난 의뢰인들도 그랬다.
AI의 시대라지만, 아직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는 일은 없다. 변호사 일도 그렇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인생에 닥친 큰 사건을 함께 헤쳐나가는 일. 그 자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어야 했다.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그때의 일을 기록해 두기로 했다.
이 책을 읽는 분들께 바라는 게 있다면, 각 이야기 속 인물이 그 순간 어떤 심정이었을지 한번 느껴봐 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나라면 어떤 마음으로 버텼을까, 잠깐 생각해봐 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