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 직장을 제 발로 걸어 나왔고, 한강 위를 항해하는 크루즈 승무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우연히 뉴스에서 본 소방관의 푸른 불빛에 매료되어 사람을 구하는 소방관이 되겠노라 결심하고 노량진 공시판에 뛰어들었다.
이후 5년 동안 노량진 고시원, 통제된 기숙학원, 강원도 산골의 외딴 원룸을 전전하며 다섯 번의 시험에 도전했으나 연이은 불합격의 고배를 마셨다. 마지막 가혹한 성적표를 마주하고 두꺼운 수험서들을 미련 없이 분리수거장에 내던진 뒤, 스스로를 가두었던 ‘합격’이라는 이름의 호랑이 등에서 마침내 내려왔다.
무너진 자아를 찾기 위해 배낭을 메고 대지 위로 나섰다. 인천에서 부산까지 633킬로미터의 국토대장정을 완주했고, 이어 제주의 해안선 234킬로미터를 걸어 잠그며 한라산 백록담 정상에 올랐다. 길 위에서 만난 정직한 사람들의 온기를 통해, 마침내 결승선 앞에서 비겁하게 포기하지 않는 단단한 사내로 거듭났다.
현재는 당초 꿈꿨던 제복을 입고 있지는 않지만, 매일 아침 감사함으로 출근을 하고 사람들과 부대끼며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아도 되는 자신만의 온전한 자리를 찾아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