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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정자

김정자

평범한 아이였다.
특별히 눈에 띄는 재능도, 기억에 남는 사건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던 아이. 부모님 말씀을 잘 듣고, 주어진 자리에서 묵묵히 자기 역할을 당연히 다해야 한다고 여겼다. 그 평범함이 훗날 인생 전체를 떠받치는 뿌리가 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


대학에 들어가 처음으로 스스로 선택한 것이 있었다. 합창단이었다. 노래가 좋아서, 그냥 저기 서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시작한 합창단 활동이 자유로움이 무엇인지를 처음으로 가르쳐 주었다. 사람은 혼자서는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 어울림이 있어야 비로소 아름다워진다는 것. 동시에 내 선택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것도 배웠다. 자유와 책임이 한 몸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그리고 30대가 왔다. 결혼, 임신, 출산, 퇴직. 인생에서 가장 많은 일이 한꺼번에 쏟아진 시기였다. 숨 가쁜 변화 속에서도 그는 자신을 잃지 않으려 했다. 오래전에 배웠던 서예와 종이접기를 다시 꺼내 들었다. 아이를 재운 뒤 혼자 붓을 들던 그 고요한 시간이, 분주한 일상에서도 나로 존재할 수 있게 해주었다. 꾸준함과 인내심은 그렇게, 조용한 밤 종이 위에서 자라났다.


40대에는 그 꾸준함이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졌다.
종이접기 자격증을 취득하고 강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 수업을 하던 날의 떨림, 아이들이 무언가를 이해하던 순간 환해지던 눈빛, 수업이 끝나고 꾸벅 인사하던 작은 얼굴들. 배움이 나눔이 되는 것을 경험하며 인간관계는 더욱 넓어졌고, 성실함이 쌓인 자리에는 어느새 신뢰가 자리 잡았다.


50대에는 기다림을 배웠다. 아이들이 차례로 졸업하고, 취업하고, 독립해 나갔다. 빈 방을 지날 때마다 느껴지던 그 조용한 헛헛함. 하지만 그 헛헛함 너머에는 자랑스러움이 있었다. 내가 키운 사람이 스스로의 힘으로 세상에 서 있었다. 가족을 향한 사랑과 믿음은 그렇게, 기다림이라는 형태로 가장 깊어졌다.


그리고 환갑이 왔다. 처음으로 온 가족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카메라 앞에 나란히 선 가족들의 얼굴을 보며 알았다. 내가 살아온 모든 시간이 결국 이 한 장의 사진을 향해 흘러왔다는 것을. 함께 떠난 가족여행에서 나눈 웃음들, 배우려는 마음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 건강하게 오래 곁에 있겠다는 약속. 환갑은 끝이 아니라, 가장 깊어진 사람이 맞이하는 새로운 시작이었다.


나는 지금도 걷고 있다. 성실함에서 시작해 책임감을 배우고, 꾸준함과 인내심으로 자신을 지키고, 신뢰와 사랑과 믿음을 쌓아온 그 길 위를. 빠르지 않아도 괜찮다.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다. 멈추지 않으면 된다는 것을, 육십 년의 시간이 가르쳐 주었다.
이 책은 그 걸음의 기록이다.

"행복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다.
성실하게 살아온 시간 위에 조용히 쌓이는 것이었다.
나는 오늘도 그 언저리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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