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집을 출판하게 된 시작점은 수국 디카시 공모전 시상식 후 기자와의 인터뷰였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무엇인가요?”라는 기자의 물음에 저도 모르게 “디카시집을 내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그 말 한마디가 마음속에 오래 머물러 마침내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피어났습니다.
1부 시들과 2부 일부 작품들은 문경 아자개장터 디카시 공모전에 응모하기 위해 ‘윤보영 시인과 함께하는 감성 여행’에서 직접 담아온 아자개장터 풍경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날의 따뜻한 사람 냄새와 손에 닿던 계절의 결이 지금도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 줍니다.
2부 일부 시들은 아자개장터와 하양 5일장에서 만난 일상의 얼굴들, 그리고 제주 여행길에서 스쳐 지나간 풍경들 속에서 조용히 모여들었습니다. 머물지 않고 지나가기에 더 선명했던 빛과 잠시 시선을 붙잡았다가 사라진 장면들이 사진 속에 남아 시가 되었습니다.
3부 시는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산책로와 연못을 거닐며 찍어 두었던 일상 풍경들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특별하지 않은 순간들이 어느 날 문득 마음의 자리가 되어 시로 조용히 내려앉았습니다. 또한 휴이야기터 수국정원에서 디카시 공모전 응모를 위해 촬영해 온 사진들도 그리움과 마음의 결을 새롭게 틔워 주었습니다.
4부에서는 감성 여행길에 잠시 들렀던 문경 봉암사 계곡과 주변 숲길에서 담아온 사진을 따라 한 장면이 품고 있는 여러 얼굴들을 보았습니다. 같은 풍경이라도 머무는 시간과 마음의 결에 따라 사라짐이 되기도, 회복이 되기도 했고, 그 과정은 자연스럽게 이별과 위로의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고요히 흐르던 물결과 단풍의 떨림은 한 장면 속에 여러 얼굴로 남아 다시 시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비워진 자리에도 온기는 남고, 흔들린 미음에도 빛은 스며듭니다. 그렇게 이어진 모든 순간들이 결국 우리 삶을 조용히 데우고 있음을 다시 배웠습니다.
시집 제목인 <머무는 이별>은 떠나보낸 것들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기억과 마음의 자리 어딘가에 조용히 머물러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별은 끝이 아니라 마음속에 스며들어 다시 빛으로 남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책을 펼치는 순간, 당신의 마음에도 오래 머물던 장면 하나가 조용히 빛을 내기 시작하길 바라며, 당신의 하루에도 스쳐 지나간 어떤 장면이 작은 위로의 빛으로 머물렀으면 합니다.
이 생각들이 한 권의 시집으로 완성되기까지 추천의 글과 함께 따뜻하게 격려해 주신 커피시인 윤보영 교수님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또한 이 시집이 지닌 결을 섬세하게 읽어내어 차분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빚어 주신 이지출판 서용순 대표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 시집은 이렇게 여러 사람의 마음이 겹쳐 조용히 여기까지 도착했습니다.
2026년 5월
이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