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때로 흑백 사진처럼 냉엄했습니다.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린 지 어느덧 20여 년
흔히들 겪는 이민자로서 힘든 과정이 지나자
비로소 ‘나’라는 민낯을 보았습니다.
멈춤의 끝에서 찰나의 순간들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고
렌즈를 통해 본 세상은
사소한 것 하나도 허투루 존재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디카시는 생의 뒷모습을 응시하는 법을 가르쳐주었고,
삶이라는 거대한 강물을 응시하는 기도였습니다.
이국 땅의 낯선 공기 속에서도 잃지 않으려 애썼던
저의 모국어와 그 안에 담긴 사유들이
이제 한 권의 책으로 묶입니다.
이제 제 방의 문을 열어두려 합니다.
빛과 어둠이 자유로이 도란대는
그 고요한 방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 투박한 기록이,
고단한 길 위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당신에게
잿빛 하늘을 뚫고 날아오르는
푸른 비행기 같은 위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아울러 고국을 떠나 이곳에서 정착해
글을 쓸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 준
유민, 아라, 아인, 재민 등 사랑하는 가족과
문학을 통해 알게 된 문우들 그리고
오래전 내게 문학을 권했던 별이 된 친구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 작가의 말, “낯선 땅에서 길어 올린 생의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