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옮기는 동안, 나는 우리의 이야기가 부재하는지조차 몰라 목마른 줄도 몰랐던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은 폭력이 가득한 세계에 저항해 용기를 내어 싸우는, 오직 소녀들만의 이야기다. (…) 어린 시절의 나에게도, 지금의 나에게도 다양한 여성들이 주인공인 서사는 너무나도 필요하다. (…) 여자가 주인공인 서사에 우리는 얼마나 목이 말랐는가? 자기 이야기처럼 느껴지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는 서사가 있다는 건 무척이나 귀한 일이다. 최근 들어 조금씩 많아지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반가운 이유다. 여자들에게는 하지 못한 이야기가, 발견되지 못한 이야기가 여전히 너무도 많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나온델의 항해》에는 엄연히 세상에 존재하는 폭력 앞에 주인공들이 저마다의 용기와 재능으로 좌충우돌하며 거대한 악에서 벗어나는 고군분투가 담겨 있다. 일곱 명의 초대 수녀들은 전부 이스칸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존엄성을 침해당한다. (…) 일곱 명의 여자는 신분도 다르고 나이, 재능, 직업 등이 천차만별이다. 이들은 여성 연대라는 커다란 기치 아래 부자연스레 화합하지 않으며 그것은 이 책의 큰 장점이다. (…) 그동안 좋은 서사들은 꾸준히 있어왔지만 판타지 세계 속에서 여러 명의 다양한 성인 여성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악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는 흔히 보지 못한 듯하다.”
소설 속 그녀의 여정은 마침내 그렇게 끝이 난다. 아니, 또 다른 시작이라고 말해야 할까? 세 권에 걸친 마레시의 여정은 집을 찾는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굶주림을 피해 수도원으로, 지식을 나누기 위해 다시 고국의 집으로, 그리고 크론의 부름을 받아 다시 메노스로. (…) 어쩌면 우리 인생은 집을 찾아가는 여정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안전히 있을 수 있는 곳,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곳, 내가 온전히 나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곳. 집을 찾는 여정은 나를 찾는 여정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주인공의 성격부터 사소한 일화까지 하이스미스의 책에는 그녀의 삶이 도처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그러니 나처럼 그녀의 삶이 어떤 방식으로 작품에 스며들어 있는지 호기심을 지닌 사람이라면 이 책이 흥미로운 지도가 되어줄 것이다. (중략)
그녀가 뉴욕, 뉴올리언스, 멕시코,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며 즐긴 식당, 술집, 호텔, 여름 휴가지를 엿보는 즐거움도 상당하다. 트루먼 커포티, 페기 구겐하임, 딜런 토머스와 같은 당대 지성인들과 예술가들의 일상에 대한 훌륭한 안내서가 되어주기도 한다.
(후기 ‘사랑이여 영원하라, 아름다움이여 영원하라’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