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흩어진 마음의 조각들을 모으고 기웠다. 그 과정은 마치 조각보를 한 땀 한 땀 누비는 일과도 같았다. 때로는 단어 하나를 고르지 못해 밤을 새우고, 이미 쓴 문장들을 수없이 허물고 다시 다듬었다. 고통과 산고産苦의 시간이었다. 그렇게 길어 올린 49편의 글이 세상 밖으로 나갈 채비를 마쳤다.
네 부분으로 생의 궤적을 담았다. 시작은 유년의 따스한 풍경들이다. 양은 도시락의 푸근함, 아버지의 거친 손마디, 사각거리는 가위질 소리 등 그때의 서정은 나를 지탱한 깊은 뿌리다. 누군가의 빈자리에 남은 양파 껍질의 무늬처럼 사소한 흔적 속에서도 그리움의 원형을 발견한다.
유년의 뜰을 지나 마주한 건 35년이라는 소명의 시간이다. 408번의 월급을 받으며 교단에서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은 단순한 노동을 넘어,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분투한 날들이었다. 둥지를 떠나며 되돌아본 정도正道의 길과 그 과정에서 깨달은 삶의 매운맛은 나를 일깨운 죽비였다.
치열한 삶의 틈새로 여행지의 낯선 풍경과 한국적 미학이 스며들었다. 자연의 숨결을 마주하며 비로소 세상을 읽는 법을 배웠다.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은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의 정신을 삶의 나침반으로 삼았다.
마지막은 내 삶의 영점을 맞추어 가는 나를 찾아가는 모습의 시간이다. 비움으로 채우는 존재의 리듬과 흐트러진 내면의 질서를 차근차근 돌아보고 싶었다.
글을 쓰는 내내 머릿속을 채운 화두는 ‘행복’이었다. 돌아보면 인생의 고비마다 역경과 시련이 불청객처럼 찾아왔다. 주저앉고 싶을 만큼 고단한 날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순간이 내게는 의미로 거듭났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그래도 행복했다’라는 것이다.
글의 여백을 채우는 그림에도 혼을 쏟았다. 글만으로 다 전하지 못한 마음을 그려 넣었다. 연필을 쥔 순간들은 또 다른 방식의 간절함이었다. 행간마다 배어 있는 진심과 투박한 그림 속에 깃든 삶의 향기가 누군가의 마음에 울림이 되기를 소망한다.
202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