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순간, 허공을 가르며 사라지는 별똥별처럼
오늘 문득 멈춰서서 되돌아보니 지나온 세월이 굽이치는 강물이 되어 흐르고 있습니다. 그 물길 위로 삶의 영욕이 명멸하듯 스쳐 지나갑니다.
때로는 삭풍 부는 비탈길에서 알몸으로 버티는 나목裸木처럼 시린 계절을 건너왔습니다. 그러나 그 모진 겨울에도 가지 끝에 서리꽃을 피워내고, 다시 돋아날 새순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한 수 한 수 시조를 빚어 왔습니다.
닿을 수 없는 먼 거리에서 인두로 그은 상처처럼 남은 기억이며, 할머니의 새 모시 깨끼저고리, 반회장저고리 입으신 젊은 날의 어머니에 대한 아련한 추억, 그리고 인연의 뒤안길에 남은 애모를 별똥별의 궤적으로 그려보았습니다.
찰나의 순간 허공을 가르고 사라지는 별똥별처럼, 우리의 삶 또한 짧고 강렬한 섬광이기에 그 찬란한 기쁨과 이별의 눈물이 영롱하게 어룽지는 이 환한 봄날에 여러 가지 부족한 졸작을 묶어 부끄러운 마음으로 세상의 문 앞에 내어놓습니다.
2026년 새봄에
정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