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울 (작가, 『데미안 프로젝트』 저자, KBS 〈정여울의 도서관〉 진행자)
: 문학작품을 읽으면서도, 미술관과 영화관과 콘서트홀에 가서도 나는 내 느낌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걸 오랫동안 두려워했다. 뭔가 틀린 것을 말할까 봐. 나는 ‘평론가들은 뭐라고 말했을까’를 궁금해하던,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감상자였다. 하지만 수전 손택은 알려주었다. 중요한 것은 위대한 평론가들이 과거에 어떤 이론의 프리즘을 거쳐 작품을 해석했는가보다, ‘오늘, 바로 나와 당신이, 어떤 작품을 즐기고, 공감하고, 이야기하는’ 순간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해석에 반하여』는 수전 손택 비평의 정수다. 차가운 논리가 아니라 뜨거운 사랑이, 창백한 이론이 아니라 열정적인 옹호가 비평의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글쓰기의 검투사가 바로 수전 손택이다. 이제 카프카의 『변신』을 ‘아버지와의 오이디푸스적 갈등’(프로이트적 해석)이나 ‘소외된 노동자 계급의 고통’(마르크스적 해석)으로 ‘해석’하는 낡은 담론은 힘을 잃었다. 대신 ‘오늘, 우리, 바로 지금 여기에서’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 잠자의 마음에 뜨겁게 공감하는 독자들의 살아 있는 독서 체험이야말로 중요한 현실이 되었다. 독자 한 명 한 명의 생생한 공감, ‘나’에게 이 책은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가 중요해진 것이다. 스타일은 단지 겉모양이 아니라 그 자체가 ‘영혼’이라는 장 콕토의 지적은 수전 손택의 글을 통해 더욱 뜨겁게 울려 퍼진다. 자기만의 스타일, 문체, 아우라를 지닌 작가, 화가, 감독, 작곡가의 작품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지켜내야 할 예술의 비무장지대가 아닐까.
『해석에 반하여』는 60여 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더욱 절실한 통찰을 제공한다. 해석이라는 지적인 방패를 내려놓고 그저 존재하는 것, 눈에 보이는 것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날것의 감수성을 회복할 때, 비로소 손택이 꿈꾼 미학적 해방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새롭게 뜨게 할, 영원히 살아 숨 쉬는 고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