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준 (시인)
: 시인 김민정의 글은 설說이고 변辯이다. 휘몰아치는 가락이고 신명나는 장단이다. 풀어놓으면 세상 곳곳을 핥고 맛보는 날쌘 혀다. 맛본 뒤엔 새기고 새긴 뒤엔 놓아주고 놓아준 뒤엔 다시 골똘하다. 이 여러 ‘겹’의 고심이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그에게 종이는 마당이고 뒤뜰이며 세상이다. 이곳에서 그는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그가 보는 방식은 만짐으로 일어난다. 손이 데거나 말거나 마음이 다치거나 말거나 상관하지 않고 우선 품는다. ‘하늘에서 받아온 숙제’라도 되듯이 그는 언제나 사람에 대해 골똘하다. 가령 분리수거하는 이들 틈에서 허리를 수그린 경비원의 낮은 자세를 바라보는 게 그의 ‘일’이다. “날 중독시킨 것이 노래보다 사람”이라 고백하며 “그들에게서 나라는 평범을, 나라는 보통을, 그리하여 그런 다수 속 다양한 인간의 전형을 발견”한다. 명랑한 문체를 따라가다 책을 덮으면 비로소 시끄러운 정적이 찾아온다. 무엇을 보고 보듬을 것인가, 어디에 머물 것인가, 어떻게 살고 죽을 것인가 생각하게 한다. 사람이 사랑이 될 때까지, 세상이 집이 될 때까지
걸어가는 그의 등을 좇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그는 홍길동처럼 쉴새없이 움직이는 벽돌공이므로! 한 편에 680자를 꼭꼭 눌러 담아 총 266장의 벽돌을 쌓아두고 돌아서 뛰어가는 그의 뒷모습이 보인다. (왜 저렇게 바쁠까? 틀림없이 남의 급한 일로 뛰어다니겠지!) 이 책에는 벽돌공의 눈물겨운 부지런함이 담겨 있다. 눈은 천 개, 발은 만 개, 마음은 한 그릇 물처럼 한곳에서 찰랑이는 시인 김민정. 책을 읽으며 마음 한구석이 축축해졌다면 놀라지 마시라. 사는 일은 눈물과 콧물, 땀과 침을 흘리며 나아가는 일 아니겠는가. 어제 열심이었던 시인 김민정은 오늘도 열심이리라. 사람이 마음으로 하는 모든 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