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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3)

“눈은 천 개, 발은 만 개, 마음은 한 그릇 물처럼 한곳에서 찰랑이는 시인 김민정”(박연준). 시인을 본업으로 편집자를 주업으로 삼는 김민정의 신작 산문집 『말이나 말지』가 출판사 난다에서 출간되었다. 2012년 1월 1일부터 11월 10일까지 한국일보 ‘길 위의 이야기’ 코너에 열한 달 동안 매일같이 실었던 글 266편을 한데 묶었다.

680자라는 네모난 지면에 맞추어 일요일과 추석 연휴를 빼고 매일 쓰기를 했던 그다. 코너명에 걸맞게 원고를 컴퓨터가 아닌 길 위에서 휴대전화 블랙베리 자판으로 찍어 보내며 성실한 마감을 했다. 길 위에서의 다급한 통화나 펄쩍펄쩍 뛰는 말처럼, “하루가 인생의 다인 것처럼”(315쪽) 순간순간 살아간 기록이다.

마트의 말끔히 깐 도라지가 아니라 흙이 그대로 묻은 시장의 도라지(33쪽) 같은 글이다. 인정머리로는 타고난 힘이 장사였던 김민정. 삶에 있어 ‘인정’과 ‘머리’를 최우선에 두는 걸 순리로 알고는 살았다는데, 그가 680자로 포착해 시시콜콜 펼쳐 보이는 우리네 풍경은 경쾌한 웃음 속 비릿한 비애를 목젖 깊숙이 느끼게 한다.

작가의 말 통장과 이장 사이 4

1월 9
2월 41
3월 73
4월 109
5월 141
6월 177
7월 211
8월 245
9월 281
10월 313
11월 345

: 시인 김민정의 글은 설說이고 변辯이다. 휘몰아치는 가락이고 신명나는 장단이다. 풀어놓으면 세상 곳곳을 핥고 맛보는 날쌘 혀다. 맛본 뒤엔 새기고 새긴 뒤엔 놓아주고 놓아준 뒤엔 다시 골똘하다. 이 여러 ‘겹’의 고심이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그에게 종이는 마당이고 뒤뜰이며 세상이다. 이곳에서 그는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그가 보는 방식은 만짐으로 일어난다. 손이 데거나 말거나 마음이 다치거나 말거나 상관하지 않고 우선 품는다. ‘하늘에서 받아온 숙제’라도 되듯이 그는 언제나 사람에 대해 골똘하다. 가령 분리수거하는 이들 틈에서 허리를 수그린 경비원의 낮은 자세를 바라보는 게 그의 ‘일’이다. “날 중독시킨 것이 노래보다 사람”이라 고백하며 “그들에게서 나라는 평범을, 나라는 보통을, 그리하여 그런 다수 속 다양한 인간의 전형을 발견”한다. 명랑한 문체를 따라가다 책을 덮으면 비로소 시끄러운 정적이 찾아온다. 무엇을 보고 보듬을 것인가, 어디에 머물 것인가, 어떻게 살고 죽을 것인가 생각하게 한다. 사람이 사랑이 될 때까지, 세상이 집이 될 때까지
걸어가는 그의 등을 좇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그는 홍길동처럼 쉴새없이 움직이는 벽돌공이므로! 한 편에 680자를 꼭꼭 눌러 담아 총 266장의 벽돌을 쌓아두고 돌아서 뛰어가는 그의 뒷모습이 보인다. (왜 저렇게 바쁠까? 틀림없이 남의 급한 일로 뛰어다니겠지!) 이 책에는 벽돌공의 눈물겨운 부지런함이 담겨 있다. 눈은 천 개, 발은 만 개, 마음은 한 그릇 물처럼 한곳에서 찰랑이는 시인 김민정. 책을 읽으며 마음 한구석이 축축해졌다면 놀라지 마시라. 사는 일은 눈물과 콧물, 땀과 침을 흘리며 나아가는 일 아니겠는가. 어제 열심이었던 시인 김민정은 오늘도 열심이리라. 사람이 마음으로 하는 모든 일에!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수상 :2016년 현대시작품상, 2007년 박인환문학상
최근작 :<[북토크] 김민정 X 오은 북토크>,<말이나 말지>,<역지사지> … 총 33종 (모두보기)
SNS ://twitter.com/blackinana
소개 :1999년 『문예중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들은 헤어지는 중입니다』, 산문집으로 『읽을, 거리』 『역지사지』가 있다. 박인환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이상화시인상, 올해의 젊은 출판인상을 수상했다.

난다   
최근작 :<어슬렁과기웃거림>,<아는 사람 집>,<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등 총 232종
대표분야 :한국시 11위 (브랜드 지수 93,508점), 에세이 13위 (브랜드 지수 583,394점),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24위 (브랜드 지수 117,149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