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철 (문학평론가)
: 민정에 대해 누가 물으면 나는 ‘세상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라고 자주 답했다. 사실이 그러하니까 한 말이기도 했지만 이런 속뜻도 담았었다. ‘만약 당신이 민정의 배려 때문에 행복했다면 그토록 바쁜 와중에 당신을 챙긴 것이니 더 고마워해주세요. 반대로 당신이 민정 때문에 서운했다면 쓰러질 정도로 바빠서 범한 실수이니 부디 이해해주세요.’ 도대체 그녀는 왜 그리 바쁜가. 유난한 욕심쟁이여서가 아니다. 그녀는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직업적 야심 같은 것이 없는 사람이다. 부탁을 거절하는 데 단호하지 못하고 일의 경중을 재는 데 익숙하지 못해 그런 것이다. 저러다 문득 돌아보면 그 허무를 어찌하려나 함께 걱정했다. 그런 와중에 써낸 글들에서 일부만을 추린 것이 이 책이다. 나는 그녀가 무리한 연재를 떠맡을 때마다 의아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알겠다. 어느 글에서건 그녀는 과거로 쓸려간 생의 사소한 순간을 다시 붙들어서 그것이 모종의 의미로 빛나는 순간이 되도록 만들고 있었다. 이런 글쓰기는, 갑자기 모든 것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밀려와 삶이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민정이 필사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방편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삶의 의미는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문득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있는 힘을 다해 부여하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그렇다면, 이 글들 덕분에 지난 몇 년간 민정의 삶은 버텨질 수 있었으리라. 그렇긴 하다만, 이제는 민정이 덜 바빠지고 더 건강해져서, 경험을 의미로 바꾸는 이 경쾌한 산문의 춤을 앞으로도 오래오래 추면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