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경 (페미니스트,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 저자)
: 책 서두에 잠깐 나온 ‘비혼의 방은 집이 될 수 있는가’로 토론을 벌인 날을 떠올리니, 마음속에 투쟁심과 반가운 연결감이 차오른다. 한남동 김진아의 존재가 심적인 지지대인 이는 나뿐이 아니리라. 그가 책 속에서 고백하는 중산층 백인 여성에 동일시하던 ‘주체적 쿨걸’과는 조금 다른 기조지만 이 길에 고백건대 나 역시 ‘착한 여자 콤플렉스’를 벗지 못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말하자면 온오프라인에서 그의 머리가 계절마다 짧아지는 모습을 보는 게 재미있고 멋지다 생각한다. 나도 그처럼 매 계절 짧아지는 머리로 자기 자신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여성들의 곁에 선다.
전주에서 여성들을 만나 남성을 향하던 사랑을 여성에게 돌리는 전략과 타협 없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그의 글을 읽는 지금, 우리가 서로 다른 삶의 궤적을 거쳐 같은 지점에서 같은 것을 옹호하며 각자와 서로를 지키고 있음을 느낀다. 한때 나를 상대하고 나를 위하기 싫어 타인에게 나를 바치고 나를 학대하는 길에 동참하게 하고 그것을 사랑이라 말하던 여성들이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타인을 사랑할 때, 자신의 파이를 희생하는 대신 다른 여성의 파이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북돋을 때, 사랑과 도덕과 평화와 야망은 어느 하나 탈락될 이유 없이 모두 한곳에 자리할 것이라 믿는다. 현실에서 나에겐 김진아가 만든 울프가 바로 그런 공간으로 남아 있다. 김진아의, 그 곁의 모든 여성들의 더 많은 쟁취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