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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2)

“우리가 어떻게 냉전에서 이겼죠?”라는 질문에 “당신들이 우리를 죽였잖소.”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 책은 냉전 질서의 분기점이 된 1965-66년 인도네시아 PKI 대량학살을 통해, 미국이 주도한 반공 전략과 그 폭력이 어떻게 오늘의 세계를 만들었는지를 추적한다. 동남아시아의 한 사건이 전 지구적 반공주의로 확산되는 과정을 세계사적 구조 속에서 드러낸다.

저자 빈센트 베빈스는 전 세계에 흩어진 자료와 보통 사람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학살을 실행한 세력과 배후 권력, 그리고 그 결과를 집요하게 취재한다. 인도네시아에서 시작된 ‘자카르타 메소드’가 라틴아메리카와 제3세계로 확산되며 개혁 세력 제거의 모델이 된 과정을 살피고, 반공과 대량학살이 분리될 수 없는 냉전의 현실이었음을 보여 준다.

전 세계 18개 언어로 번역되고 《파이낸셜타임스》, 《GQ》, 《NPR》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이 책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세계 현대사를 다시 읽게 한다. 냉전, 반공주의, 제3세계의 부상과 몰락을 입체적으로 조망하며, 오늘의 정치 현실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역사적 시각을 제시한다.

한국 독자들에게 7

들어가며 13
1 새로운 미국의 시대 25
2 독립 인도네시아 61
3 발밑에는 불벼락, 하늘에는 포프 111
4 진보를 위한 동맹 135
5 다시 브라질로 157
6 9월 30일 운동 193
7 절멸 231
8 세계 곳곳에서 267
9 자카르타가 온다 303
10 다시 북으로 351
11 우리는 챔피언 387
12 그들과 우리는 어디에? 403

부록 425
감사의 말 437
옮긴이 후기 443
찾아보기 448

: 1955년, 식민의 사슬을 끊고 새로운 세계를 꿈꾸던 아시아·아프리카 민족들은 인도네시아에 모여 제3세계의 미래를 선언했다. 그 회의가 열린 반둥은 세계사에 이름을 뚜렷이 새겼다. 그러나 불과 10년 뒤, 자카르타에서는 그 꿈이 참혹한 학살로 무너졌다. 반둥이 단순한 도시명을 넘어 제3세계의 희망을 상징하게 되었듯, 자카르타 또한 고유명사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냉전 질서가 낳은 대량학살의 은유이자, 국제적 공모 속에서 되풀이된 제3세계의 비극을 지칭하는 또 다른 이름이 되었다. ‘반둥 정신’이 아시아·아프리카에서 라틴아메리카로 확장되었듯, ‘자카르타식 해결’ 또한 전 지구로 퍼져 나갔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가 우리 내부의 폭력과 기억을 문학으로 증언했다면, 빈센트 베빈스의 《자카르타가 온다》는 저널리스트의 시선으로 제3세계 개입의 양상을 생생하게 재구성한다. 이제 이 책과 함께, 자카르타가 지구 곳곳에 남긴 그림자를 따라가 보자. 다크투어이지만, 희망을 찾기 위해 꼭 거쳐야 할 관문이다. _ 옥창준(한국학중앙연구원 조교수, 《냉전의 지구사》 옮긴이)

우리는 자카르타에 대해 잘 모른다. 인도네시아가 반둥 회의 개최국이었다는 정도가 교과서에서 배운 전부였다. ‘우리’의 범위 역시 미국 중심의 역사가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반둥 회의 이후 자카르타에서 벌어진 반공 제노사이드가 브라질로 이어졌으며, 남미에서 ‘자카르타’는 학살의 이름이 되었다는 것을, 알 턱이 없다. 저자는 중국계 인도네시아인, 사회주의자 마녀로 몰린 여성 노동자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동남아시아와 남미를 연결하는 냉전사를 기술한다. 《자카르타가 온다》는 성조기와 반공주의 이데올로기가 다시금 기승을 부리는 2025년 한국 사회에 뒤늦게 도착한 ‘우리’의 다른 얼굴이다. 여기 ‘우리’가 경험한 또 하나의 냉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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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문화과학 126호 - 2026.여름>,<다양한 문화의 끝판왕, 동남아시아>,<비동맹 독본> … 총 17종 (모두보기)
소개 :인도네시아에서 인도네시아어와 역사를, 싱가포르에서 동남아시아학을 공부했다. 《다양한 문화의 끝판왕 동남아시아》를 쓰고 《비동맹 독본》을 함께 엮었으며 인도네시아 소설가 에카 쿠르니아완의 소설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 《호랑이 남자》을 옮기고 《자본은 여성을 어떻게 이용하는가》, 《갈색의 세계사》, 《가난을 팝니다》, 《페소아의 리스본》, 《반란의 멕시코》를 우리말로 옮겼다.

빈센트 베빈스 (지은이)의 말
제가 지적하고자 하는 주류 서사의 오해 중 하나는, 첫째로 전 세계 어디에서든 스스로를 공산주의자라고 부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소련이 주도하는 폭력적인 작전에 가담하여 세계질서를 전복하고 미국을 파괴하려 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을 통해 그러한 서사의 피상성이 바로잡아지길 바랍니다. 또 다른 큰 오해는 소련이 대량학살을 저질렀고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 전쟁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고, 그 전쟁이 끔찍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일반적인 인식은 공산 진영이 민간인을 고의로 살해했고,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 자유 진영 측도 최소 22개국에서 조직적이고 치밀한 방식으로 민간인을 학살했습니다. … 미국에서 자란 사람들은 우리가 항상 선한 편이라는 선입견을 갖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물론 때로는 우리가 선한 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진지한 언론인으로서 역사적 문제를 진지하게 다룬다면, 자기 편이 항상 선하다고 미리 가정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가정을 버리고 사실을 꼼꼼히 살펴보면, 주류 담론의 그 부분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로스앤젤레스 리뷰 오브 북스〉와의 인터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