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국소설》 신인상으로 등단해 현진건문학상, 부산소설문학상을 수상한 정미형 소설가의 세 번째 소설집이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집필한 일곱 편의 단편에는 영도, 남원, 언양 등 실제 지명이 등장하며, 잊힌 시간 속에서 다시 떠오르는 삶의 뒷모습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이중 혹은 다중시점의 서사를 매끈하게 완결하며, 세대를 가로지르는 가족의 기억과 정념을 인간학적 깊이로 그려낸다.
가방을 끌고 낯선 곳에 불시착하듯 시작되는 이야기들은 ‘시간’이라는 열쇠로 과거의 공간을 현재로 불러온다. 검은 밤 같은 어둠 속에서도 은은한 온기를 발견하는 시선, 잃어버린 것을 더듬는 여성 인물들의 여정은 회한과 그리움 끝에서 조용한 위안으로 이어진다. 잘못 들어선 길이라 여겼던 곳에서 비로소 삶의 의미를 마주하게 하는 순간들이, 소설이 건넬 수 있는 가장 단단한 위로로 남는다.
남원 어딘가에
산책하는 순간들
검은 밤, 영도
월내역을 지나서
겨울, 언양
뼈 이야기
에밀리의 시선
발문(배이유, 소설가)
오래된 기억의 공간으로부터 흩뿌려진 물방울들이
― 『검은 밤, 영도』에 관한 소고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