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혜 (소설가)
: 김병운의 소설은 골똘히 응시하는 얼굴이다. 그 얼굴은 자신에게 겨우 허락된 중고 피아노에 마음을 붙여보려는 소년의 것이었다가 평생 자기파괴적으로 외로웠던 청각장애인 아버지를 뒤늦게 이해하고자 기일마다 묵언하는 남자의 것이었다가 병상에 누워 수십 년 전 자기를 힘껏 안아주었던 어린 조카를 그리워하는 늙은 게이의 것이 된다. 그 골똘함이 등돌린 세계를 노려보는 동시에 자기 안에 들끓는 온갖 못난 마음을 달래듯 바라보는 이중 초점을 선보일 때 얼굴이란 원래 요철임을 새삼스레 자각한다. 김병운이라는 얼굴의 볼록은 비정한 세계의 각본을 뾰족하게 응시하는 한편 오목렌즈를 통과한 눈빛은 진심을 산란한다. 그 자리에서 ‘거의’ 말고 ‘진짜’ 사랑이 시작되리라. 사랑에 진심인 김병운이 기다림에서 일어나 우리를 만나러 온단다. 역사 혹은 계보 혹은 세월과 함께. 나는 그 훌륭한 자긍의 퍼레이드를 맞으러 갈 생각이다. 요란하게 호들갑을 떨면서. 함께 가자.
임선우
: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일까. 오래전에 김병운 작가가 나에게 건넨 질문이었다. 몇 년간 그 질문을 마음에 품은 채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으나 좀처럼 답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거의 사랑하는 거 말고』를 읽고 나서야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 책은 그때의 질문에 대한 완벽한 대답이구나. 김병운의 소설에서는 사랑을 해내려는 이들이 등장하고, 나는 그들의 얼굴에서 매 순간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니까 평생을 꿈꿔온 순간과 마주하는 얼굴, 엉망진창인 세상과 씩씩하게 맞서는 얼굴, 자신을 반쯤 죽이는 이의 마음까지도 어떻게든 이해해보려는 얼굴들. 진짜 사랑에 가닿으려는 얼굴들. 상처투성이인 세상에서도 사랑하는 이와 눈을 맞추는 동안만큼은 숨이 트이던 경험을 해본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