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경
: 이 소설은 외롭고 충만한 두 사람이 외국의 도시에서 함께 살 집을 구하기 위한 여정을 보여 준다. 소설 속의 시간으로는 수개월에 걸쳐 진행되지만 나는 왠지 이들의 일상적이고도 사적인 어느 날을 엿보았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건 아마 삶이 하루하루의 흔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하루하루가 삶의 단서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두 사람이 좋아하는 탐정 드라마가 보여 줄 법한 시시한 반전처럼 예측 가능한 도시에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밤의 공원과 맥주, 눅눅한 프렌치프라이, 그리고 친구들과 친구들이 서로에게 영원히 타인일 것이라는 감각. 이것에 대해 이렇게도 말해 볼 수 있겠지. 도시가 우리에게 빈정거릴 때, 우리는 빈둥거리고 싶을 뿐이었잖아.
거듭되는 기대와 실망 속에는 실은 언제나 사랑이 잠복하고 있다. 도시에 대한 사랑, 친구에 대한 사랑, 미래에 대한 사랑. 새로운 집에 정착했지만 더는 기대할 만한 새로움이 없다고 해도, 나는 이들이 매일 아침 페이스트리를 먹으며 하루를 시작하기를 바란다. 그것은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상이니까. 한 사람의 일상은 아지트처럼 숨어 지내기 좋은 곳이니까. 그러다가도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지면 일요일 오후의 극장을 찾는 것이다. 영화가 끝나면 실감할 수 있는 현실을 여전히 기대하면서.
김서해 (소설가)
: 삶에 몇 가지 축을 세우려고 노력하는 인물들이 집과 집 사이를, 사람과 도시 사이를 오가며 진자 운동할 때, 일상이라는 거미줄엔 늘 외로움이 이슬처럼 맺혀 있다. 정착에 가까워질수록 삶은 조용하고 단조로워진다. 하지만 그 모습을 관찰하는 사바쉬의 눈에는 정확한 다정함이 흐른다. 그는 단조로움의 온기와 유머를 발굴하는 인류학자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