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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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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우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당신에게서 내 얼굴을 하나 가져갑니다』가 걷는사람 시인선 146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영원할 것 같은 생의 감각을 ‘잠시’라는 찰나의 시간 속으로 끌어내려 그 명멸하는 빛들을 담백하게 기록한다.

시집의 문을 여는 「잠시, 산다」에서 “나는 잠시 대지의 한 호흡으로, 있다”고 나직이 읊조리는 목소리는 이번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선언과도 같다. 시인에게 존재란 고정된 정답이 아니라 “해가 나면 사라지고 없을 첫눈처럼” 혹은 “아무것도 아닌 것/전부인 양/무너”지는 물의 꽃 무덤처럼 매 순간 소멸하며 동시에 태어나는 역동적인 상태이다.

3,000여 년째 꺼지지 않는 불꽃인 “야나르타쉬”를 응시하며 타도 다 타지 않는 존재의 본질을 묻고, 생존을 위해 시력을 포기한 물고기 “블라인드 케이브 카라신”을 통해 “너와 나 사이에서 우리는/있는 듯이 없고/나와 너 사이에서 우리는 없는 듯이 있다”는 관계의 부조화를 날카롭게 짚어 낸다. 『당신에게서 내 얼굴을 하나 가져갑니다』는 있음과 없음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사물과 존재들을 향해 집요한 시선을 던지며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의 단면들을 ‘한 호흡’의 깊이로 되살려 낸다.

: 이 시집의 표지를 “커튼”처럼 펼치면 “아이의 얼굴”을 하고 두 번째 생을 시인으로 사는 ‘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사랑일지 상처일지 “전생”처럼 “숨죽이고 있는” 시간과 “꽃들이 부서져” 있는 지난봄의 기억. “이생의 내가 누구인지”를 “전생의” 내게 들킬 때까지 “잠시 대지의 한 호흡”(「잠시, 산다」)으로 살아가기. 이 시집은 그 과정의 손길로 가득하다. 인간의 도시가 나타났다 사라지도록 “바위틈에서, 꺼지지 않는 불꽃”(「야나르타쉬」)을 수집하는 시인의 시선은 “나무는 나무를 벗어나지 못하고 앵무는 앵무를 떠나지 못하”(「궁리」)듯 서로 결코 떠나지 못하는 이생과 전생을 본다. 서연우의 시선은 여러 개의 시공과
일상과 비일상을 선형으로 잇는다. 시 속에 출현하는 “블라인드 케이브 카라신”은 시인에게 ‘시’라는 아픈 표상 같다. ‘테이레시아스’는 서연우가 생각하는 시인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 보이지도 않는 슬픈 눈으로 시인은 부단히 일상 속 시간의 병든 마디를 더듬는다. 그리고 반드시 ‘본다’, 보고야 만다, 오로지 ‘시’라는 감각의 렌즈를 통해 투시한다. “한 소녀가 또 사라”(「불안」)진 그 ‘빈자리’들을 선명히 ‘본다’. 우리는, “외래 대기실”에서 함께 “두려움을 껴안고”(「외래 대기실」) 앉아 있는 한 시인을 만나게 된다. 유독 병든 곳을 살펴보고자 하는 의지 자체가 이 시인이 가진 힘센 호기심이다. 그런 ‘한 사람’을 만나려면 바로 이 시집을 펼쳐도 좋다.

최근작 :<당신에게서 내 얼굴을 하나 가져갑니다>,<사건의 장소>,<시골시인-Q> … 총 6종 (모두보기)
소개 :2012년 《시사사》 신인추천작품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라그랑주 포인트』가 있다.

서연우 (지은이)의 말
우리, 좀 걸어 볼까?

공부가 깊을수록
세상 모든 일이 모를 일이다.
오래 걸어
공부를 대신할 수 있다면
좀 더 걸어 보겠다.

내일은 2026년

걷는사람   
최근작 :<양철 우산>,<헤드기어를 쓴 간호사들>,<불투명 인간>등 총 331종
대표분야 :한국시 21위 (브랜드 지수 55,940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