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일 (시인)
: 이 시집의 표지를 “커튼”처럼 펼치면 “아이의 얼굴”을 하고 두 번째 생을 시인으로 사는 ‘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사랑일지 상처일지 “전생”처럼 “숨죽이고 있는” 시간과 “꽃들이 부서져” 있는 지난봄의 기억. “이생의 내가 누구인지”를 “전생의” 내게 들킬 때까지 “잠시 대지의 한 호흡”(「잠시, 산다」)으로 살아가기. 이 시집은 그 과정의 손길로 가득하다. 인간의 도시가 나타났다 사라지도록 “바위틈에서, 꺼지지 않는 불꽃”(「야나르타쉬」)을 수집하는 시인의 시선은 “나무는 나무를 벗어나지 못하고 앵무는 앵무를 떠나지 못하”(「궁리」)듯 서로 결코 떠나지 못하는 이생과 전생을 본다. 서연우의 시선은 여러 개의 시공과
일상과 비일상을 선형으로 잇는다. 시 속에 출현하는 “블라인드 케이브 카라신”은 시인에게 ‘시’라는 아픈 표상 같다. ‘테이레시아스’는 서연우가 생각하는 시인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 보이지도 않는 슬픈 눈으로 시인은 부단히 일상 속 시간의 병든 마디를 더듬는다. 그리고 반드시 ‘본다’, 보고야 만다, 오로지 ‘시’라는 감각의 렌즈를 통해 투시한다. “한 소녀가 또 사라”(「불안」)진 그 ‘빈자리’들을 선명히 ‘본다’. 우리는, “외래 대기실”에서 함께 “두려움을 껴안고”(「외래 대기실」) 앉아 있는 한 시인을 만나게 된다. 유독 병든 곳을 살펴보고자 하는 의지 자체가 이 시인이 가진 힘센 호기심이다. 그런 ‘한 사람’을 만나려면 바로 이 시집을 펼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