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원하는 성과 사랑'이라는 주제로 「문화일보」에 연재되었던 소설이다(여성 작가 릴레이 작품 중 첫번째). 연재 당시 제목은 '나르시스 느와르'. '여성 작가가 섹스라는 힘든 이야기를 들고 나오면서 남성 작가들이 보여 주는 일방적인 욕구의 분출과 관념화된 성에 대한 신선한 반격과 해체를 시도하고 있다'는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작가는 여성의 성적 욕망을 직시하고 적나라하게 발설한다. 현대 한국 여성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3 명의 인물을 내새워 그들의 성생활을 공개한 것. 육체에 대한 감각적이며 섬세한 직관과 통찰, 전경린 특유의 매혹적인 문체가 특징이다. 성에 지나치게 탐닉하는 인물, 또 너무 냉소적인 인물을 통해 작가는 현대 여성의 성적 자의식 또는 남성 편력기를 들여다보았다.
작가는 스스로가 여자임을 또렷이 인식하며 여자됨을 기껍게 여기고 즐기자고 부추긴다. 거리의 매대 위에서 지폐로 환산되는 성, 생식의 도구로 이용당하는 성, 오르가슴으로 표현되는 기쁨 없는 성이 아니라 사랑으로서의 성, 생의 에너지를 얻는 성, 정신과 분리되지 않는 성, 뒤틀리지 않고 반듯한 성을 추구하자는 생각이다.
"성은 더 이상 상품도 아니고 상처도 아니어야 하며 터무니없는 순결 의식으로 미화되어서도 안 된다. 더군다나 윤리적 담보에 매여서도 안 되고 습관의 질곡에서 굳어져서도 안 되며 함부로 포기되어서도 안 된다. 그것은 성이 스스로와 상대에 대한 생명력을 다루는 문제이기 때문이다."는 말은 이를 뒷받침 한다.
1995년 '동아일보' 중편소설 부문 등단. 한국일보 문학상(1996), 문학동네 소설상(1997), 21세기 문학상(1998), 대한민국 소설문학상 대상(2004), 이상문학상(2007), 현대문학상(2010), 현진건 문학상(2016) 수상. 『염소를 모는 여자』 『바닷가 마지막 집』 『물의 정거장』 『내 생애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 『황진이』 『풀밭 위의 식사』 『최소한의 사랑』 『사교성 없는 소립자들』 『자기만의 집』 『얼룩진 여름』 등 출간.
전경린 (지은이)의 말
이 책을 쓰는 일은 밤에 사랑을 나누는 일과도 흡사했다. 예측할 수 없는 너무나 풍부하고 무한한 어둠과 어둠 속에서 흑단처럼 빛나는 눈동자들과 꽃잎처럼 포개지는 그들의 육체와 하나의 점으로 응축되는 집요한 의식이 내가 가진 질료였다. 이 책을 위해 쉽지 않은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 글 쓰는 동안 나에게 영감을 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