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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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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희령 소설의 인물들은 기억 속 과거에 단단히 붙들려 살아간다. 그 과거는 향수가 아니라 악몽처럼 현재를 잠식하며, 애도되지 못한 시간은 멜랑콜리와 불안으로 몸과 삶에 증상처럼 드러난다. 개인사와 가족사, 역사적 폭력이 현재를 침범하는 가운데 인물들은 처절한 생존자로 남는다.

「옛 연인을 만나러 가는 일」, 「출간기념 파티」, 「마음의 경로」, 「봄잠」 등 수록작들은 분열된 자아, 결핍과 허기,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반복적으로 변주한다. 과거에 고착된 나르시시즘의 ‘마의 산’에서 내려오려는 분투, 타자와의 만남 속에서 생존의 윤리를 모색하는 과정이 이 소설집을 관통한다.

옛 연인을 만나러 가는 일 7
전망 좋은 방 37
마중 65
출간기념 파티 95
봄잠 121
찬투 147
마음의 경로 177

해설 기억으로부터의 생존자들 | 전성욱 203
작가의 말 234

: 은자(隱者)는 외진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잣거리에도 스며들고 구중궁궐 안으로 몸을 숨기기도 한다. 동방삭이 그랬다. 나는 같은 이유로 역사의 광장과 사색의 광장이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 부희령의 소설을 읽다 보면 내 생각이 영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마치 미시와 거시 세계의 딱 중간에 내가 있는 것처럼 꿈과 현실의 문제를 뒤섞어놓은 뒤 읽는 이로 하여금 세계관을 찾게 만드는 그의 소설들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문학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이다. 「전망 좋은 방」의 끝무렵, 할머니의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말간 얼굴”에 담긴 세월의 무게 역시 우리가 찾아 나서야 할 몫이다. 이렇게 결론짓고 보니 소설이 시보다 더 복잡하고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시는 거듭 읽어야 한다는 옛말은 허언이고 외려 소설을 거듭 읽어야 한다.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매 순간 새롭게 발견하다 보면 마침내 독자는 한 편의 소설을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부희령은 아마 세상 모든 사람들을 작가로 만들 심사인지도 모르겠다. 내 유년의 경험상 들판 밖의 풍경은 모두 뚝방길이었다. 그러나 같은 뚝길에 서 있더라도 들판을 건넌 이와 그렇지 않은 심사는 사뭇 다르다. 이제 들길로 가보자. “미래는 결코 경험할 수 없었고 현재는 과거에 먹혀버린”(「마중」) 운명 앞에서 어쨌거나 우리는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AI? 글쎄. 인류가 생존하는 한 걱정거리는 있을 것이고, 그게 이어지는 한 고뇌는 있을 것이고, 근심 있는 곳에 그 부산물로 광석은 맺힐 것이고, 그럴수록 부희령의 연마는 깊어질 것이고, 아, 이렇게 보석은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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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200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최근작 :<옛 연인을 만나러 가는 일>,<교유서가 10주년 기념 작품집 세트 - 전2권>,<출간기념 파티> … 총 102종 (모두보기)
소개 :서울대학교 심리학과를 중퇴했다. 현재 전문번역가 및 소설가로 활동 중이며, 옮긴 책으로는 『모래 폭풍이 지날 때』, 『매일 읽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 『로마의 운명: 기후, 질병, 제국의 종말』, 『돌팔이 의학의 역사』, 『강요된 비만』, 『아래층 소녀의 비밀 직업』, 『에르미따』, 『살아 있는 모든 것들』, 『아미쿠스 모르티스』, 『샤나메』, 『버리기 전에는 깨달을 수 없는 것들』, 『빠알리 경전에 의거하여 엮은 붓다의 생애』 등이 있다.

   
최근작 :<그 섬의 별들에게>,<느릅나무의 자리>,<하얀 손님>등 총 191종
대표분야 :영화/드라마 13위 (브랜드 지수 14,640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