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접하는 음식을 통해 철학 개념을 쉽게 풀어 설명한다. 된장찌개에서 스피노자가 <에티카>에서 말하는 ‘변용’의 개념을, 북어국에서 프로이트의 ‘무의식’을, 짜장면 속에서 ‘시뮬라크르’를 꺼내어 들뢰즈가 말한 원본과 복제에 관한 의미를 묻는다. 라면에서 폴 비릴리오의 <속도의 정치>를 읽어내고, 소금 속에서 마투라나와 바렐라가 말한 ‘오토포이에시스(자기생산)’ 로 열린사회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고춧가루에서 가타리의 미시정치를 생각하고, 후추에서 마르크스의 상품물신주의를 읽어내는 식이다. 생소하게 느껴지는 펠릭스 가타리의 핵심 개념인 ‘카오스모제’를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음식인 비빔밥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저자는 수백 년 동안 전해 내려오며 삶의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는 음식은 그 자체가 하나의 철학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에는 철학뿐만이 아니라 철학을 둘러싼 우리 삶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비빔밥 속에 담긴 동학혁명군의 공동체 정신을 이야기하고, 소주를 통해서는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직장인들의 비애를 읽는다. 또한, 라면에서 “더 빨리 더 간편하게” 하라고 강요하는 자본주의의 속도문명을 보고, 후추에서 동물을 무자비하게 도살하는 슬픈 현장을 들여다본다.
평생 연구자이자 활동가, 그리고 글 쓰는 사람으로 살다가 2023년 7월 세상을 떠났다. 생의 마지막 4년 동안 생태적지혜연구소를 만들고, 동료들이 저마다 숨은 역량을 풀어낼 수 있도록 북돋우며 돌보는 ‘연결자’ 일을 했다. 저서로 『기후전환사회』(2022), 『정동의 재발견』(2022), 『떡갈나무 혁명을 꿈꾸다』(2022), 『지구살림, 철학에게 길을 묻다』(2021), 『모두의 혁명법』(2019), 『탄소자본주의』(2018), 『구성주의와 자율성』(2017) 등 40여 권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