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효실 (미학자)
: 저자는 1941년생으로 오사카와 부산을 거쳐 ‘군인 신부’로 미국에 정착한 어머니의 유령 같은 삶에 살을 입히려, 무에서 출발한 글쓰기를 시도한다. ‘해방군’ 미군이 저지른 양민 대학살과 남한 정부의 묵인 내지 공조를 가시화하는 엄밀한 사회학적 논문으로 학계에 수용된 이 책은, 미국 내 한인 디아스포라를 초세대적으로 배회하는 트라우마에 관한 정신분석학적이고 문학적인 텍스트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어머니의 기지촌에서의 삶은 저자가 스물세 살에야 ‘양공주’란 이름을 처음 알게 됐을 정도로 철저한 비밀이었지만, 어머니의 조현병은 트라우마의 퍼포먼스로 혹은 디아스포라적 비전을 체현한 역량으로 천명된다.
지식-권력을 소유하려는 기존의 공부를 ‘소수자로서의 나’를 긍정하고 확장하는 공부가 대체하고 있다. 그 흐름 속에 있는 이 책은 동시대 페미니즘·퀴어·장애학의 실천으로 부상 중인 자기이론의 전범이고, 내게는 올해의 책이다. 내 과거가 내 미래라고, “미래에서 온 목소리”가 유령이라고 긍정하는 이 책의 문장들은 한결같이 온기와 물기를 머금고 있다. 배회하는 유령의 슬픔과 고통을 어루만지는 글은 그렇게 되어가기 때문이다.
정희진 (서평가, 문학박사,『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저자)
: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인가? 사실 더 정확한 표현은, 이 책이 증명하듯 개인적인 것은 본디 국제/정치적인 것이다. 이 책은 지난 세기 유산流産된 세계사를 ‘복원’하는 대대적인 프로젝트이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듣기와 읽기의 억압을 경험하며, 쓰는 행위가 무엇인가를 묻는다. 그리하여 이 책은 자신의 삶을 연구 도구로 삼는 모범적인 연구 방법이 되었다. 그레이스 M. 조에게 공부와 글쓰기는 극복re-covery의 서사를 새로운 발견dis-covery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이다. 우리는 비밀의 덮개를 벗어던지는 그의 작업에 동참하면서 심장의 세찬 박동을 느낀다.
재키 오어 (시러큐스대학교 사회학 교수)
: 이 책은 학술적 연구이자 기억의 행위이며, 문화사이자 글쓰기와 지적 정치학의 실험이다. 트라우마에 잠식된 역사 속에 매듭진 침묵을 풀어내기 위한, 가장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대담하고도 시적인 시도이다.
데이비드 L. 엥
: 이 놀라운 책은 어떤 범주에도 가둘 수 없다. 저자는 한국의 분단과 디아스포라에 드리운 부정된 혈연과 숨겨진 슬픔의 응축된 역사를 소환한다. 이 빛나는 디아스포라적 비전은 유령의 트라우마적 지형 위에서 펼쳐지며, 그들의 침묵의 경로를 따라, 인정받지 못한 군사적·정치적 폭력의 역사뿐 아니라 사회과학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적인 지식 생산의 과정까지도 함께 연루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