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 (소설가)
: 첫줄부터 오싹 소름이 끼쳤다. 이럴 수도 있구나! 문장과 문장이 방심을 용납하지 않았다. 한국어가 이토록 정밀하다면 도대체 번역은 어찌 가능할 것인가, 차라리 걱정이 될 정도로. 김인숙은 그렇게 능멸의 서사를 냉정하게 복원해냈다. 완전히 굴복한 자의 처지에서.
먼저 읽었다고 무엇을 덧붙일 것인가. 볼모로 잡혀간 세자는 아득한 세월이 지나 아비인 임금으로부터 이런 말을 듣는다.
“울거라, 네 몸에 울음이 가득할 것이다.”
이게 김인숙의 ‘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