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가은 (영화 <우리들> 감독)
: 여기,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아이들이 있다. 갑작스레 찾아온 삶의 비극 위에 다시금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는 아이들. 도무지 어쩔 수 없는 한계 안에서 스스로 만들지 않은 짐을 기꺼이 끌어안고 일어나는 아이들. 그렇게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더 앞으로 나아가는 아이들. 『유원』은 비극적 사건에서 살아남은 ‘유원’이 새 친구 ‘수현’과 만나며 겪는 마음의 소용돌이를 집요하게 쫓아가며, 누구도 쉽게 들여다보지 못했던 ‘생존, 그 이후의 삶’을 섬세하고도 생생하게 담아내는 이야기다. 끝난 줄 알았던 사건이 모든 불행의 씨앗이 될 때, 가까스로 부여잡은 삶이 도리어 자신을 공격해 올 때, 과연 그 아이는 또다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 언젠가는 진짜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원하는 삶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생존, 그 이상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두 소녀의 이 험난한 마음의 모험이 막바지에 도달할 때, 우리는 비로소 깨닫게 된다. 이 이야기는 사실, 어느 순간 생에 가장 큰 용기를 내 진짜 나만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 바로 우리 자신의 빛나는 생존기라는 것을.
정혜신 (정신과 의사, ‘치유공간 이웃’ 치유자, 『당신이 옳다』 저자)
: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생존자는 목숨을 얻은 대가로 ‘자기’를 잃는다. 생존자의 정체성은 죽은 자와의 관계에 의해서만 규정되고 작동해서다. 다른 모습들은 타인뿐 아니라 자신에게조차 다 묻히고 잊힌다. 소설 속 주인공 유원이 그런 존재다. 작가는 ‘생존자’에서 ‘개별적 존재’로 유원이 성장해 가는 과정을 360도 회전 카메라처럼 입체적으로 보여 준다. 그건 내가 트라우마 생존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치유하는 과정과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
치유란 좋은 감정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기감정을 발견하도록 돕는 일이다. 사람은 그 끝에서야 마침내 자유와 홀가분함을 얻는다. 생존자의 내면에 대한 작가의 깊고 정확한 공감은 출혈을 최소화하는 외과의사의 수술칼처럼 읽는 이를 수술한다. 나로 살아도 되는 구나, 안심하게 한다. 일상의 트라우마를 통과 중인 내 곁의 수많은 ‘나’들에게 새살이 돋게 하는 치유의 소설 『유원』을 건넨다.
이슬아 (작가, 〈일간 이슬아〉 발행인)
: 모든 소설은 변화를 다룬다. 소설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책처럼 은근하고도 찬란하게 새사람이 되는 이야기는 아직 만나 보지 못했다. 『유원』을 읽으며 나는 회복이 무엇인지 다시 배운다. 우연이 삶을 마구 흔들어 놔도 끊임없이 마음을 고쳐먹는 사람들이 이 책에 산다. 그들이 해낸 일은 내 평생의 과제 중 하나다.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를 지거나 지우면서도 미움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 상실과 함께 살아가는 것. 강해지는 동시에 가벼워지는 것. 고마울 때 고맙다고 말하고 무거울 때 무겁다고 말하고 미안할 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 마음을 자꾸 고쳐먹는 것. 그리하여 계속해서 새사람이 되어 가는 것. 이 소설의 촘촘하고 치열한 문장을 떠올리면 언제든 그럴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