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련 (소설가,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체공녀 강주룡』 저자)
: 이 사랑에는 돈이 든다. 돈만 들면 그나마 다행, 시간과 체력까지 요구된다. 그래도 좋아서 돈과 시간과 체력을 아낌없이 쏟아부었건만 신문 사회면에서 상대의 근황을 접할 때도 있다. 도대체 왜일까? 이 사랑을 멈출 수 없는 까닭은. 이 밖에도 셀 수 없이 많은 곤란과 ‘현타’에도 불구하고. 《사랑할수록 나의 세계는 커져간다》는 이 문제에 기꺼이 답하고자 하는 한 덕후의 이야기다. 덕질하다 얻은 상처를 담담히 드러내는 한편, 이 사랑이 주는 성장의 동력을 진솔하게 그려 낸다. 좋아하는 것이 늘 때마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때마다 세계의 경계는 한 발짝 늘어나고, 이전보다 커다래진 세계를 끌어안기 위해서 나도 함께 커질 수밖에. 나와 함께 성장하는 이 사랑은 나의 생활이고, 나의 자산이며, 급기야는 나를 이루는 정체성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나는, 사랑을 하는 사람. 이 사랑이 나를 여기에 데려왔다고, 지금 이 순간까지 나로 살게 했다고 고백할 수 있는 사람. 덕질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덕차오름’에 동기화될 것이다.
성해나 (소설가)
: ‘덕질’을 ‘덖질’로 바꿔 부르면 어떨까. 이 책을 읽는 동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덖는다는 건 뜨거운 시간을 견디는 일이다. 색이 짙어질 때까지 천천히, 타지 않을 정도로 오래, 때론 타 버려도 좋다는 용기로 이뤄진 덖음의 과정은 덕질과 닮아 있다. 《사랑할수록 나의 세계는 커져간다》는 단단한 무쇠솥 같은 덕심으로 잘 덖어 낸 애정의 기록이다. 작가는 덕질을 통해 타인과 연대하고, 열광의 순간뿐 아니라 식어 버린 지난 사랑까지 포용하며, 좀처럼 사랑할 수 없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절망을 녹일 수 있는 사랑이란, 묵묵한 인내와 시간의 축적, ‘꺾이지 않는’ 무언의 믿음에서 발현된다고 이야기해 주는 이 책이 나는 그저 미더웠다.
짙게 익고 부드럽게 눅은 ‘덖질’ 덕에 우리의 ‘최애’는 무대 위에서도, 그 바깥에서도 늘 외롭지 않을 것이다. 비단 최애뿐이겠는가. 은은한 온기를 띤 덖질이 오늘도 누군가의 출근길을 유쾌하게 밝혀 주고, 은둔하던 이가 집 밖으로 한 발 나설 수 있도록 돕고, 어디에도 기대지 못하는 고독한 이들의 마음을 고르게 데워 줄지도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