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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들의 삶은 기록되지 않는다. 공식적인 역사에도 아이들을 낳고 키우고 온갖 어려움을 헤치고 살아남은 그녀들의 이야기는 기록되어 있지 않는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어머니들이 자신의 삶을 자랑스럽게 책으로 써서 남기는 경우도 드물다. 어머니들의 삶은 그저 몇몇 딸들을 통해서만, 불완전하게, 문장이 아닌 구술로, 혹은 언어가 아닌 촉감으로, 느낌으로 전해질 뿐이다. 하지만 어머니들의 삶에는 공식적인 역사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감정과 깨달음과 통찰이 담겨 있음을, 우리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은 어머니들의 삶을 기록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책이다. 2005년에 엘마라는 네덜란드의 한 여성이 갑작스러운 불치의 병을 진단받은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고안해낸 책이지만, 이 책은 이제 전 세계로 뻗어나가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삶을 기록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엘마는 이제 어머니의 삶을 기록한다는 가치에 머물지 않고, 모든 사적인 관계를 기록하고 나누는 것을 권하는 것을 자신의 소명으로 삼고 있다.

: 엄마는 어릴 적 내 모든 질문에 대답을 해준 사람입니다. 하늘은 왜 푸른지, 나무는 밤에도 자라는지, 우주에는 끝이 있는지. 그리고 나의 하루에 대해 너무나 궁금해 했던 분이기도 하지요. 오늘 학교는 어땠는지, 친구들과 사이는 좋은지, 무슨 꿈이 있는지. 그런데 나는 엄마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던가요? 엄마, 엄마는 어떤 사람인가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면서도 우리가 너무나 알지 못하는 존재, ‘엄마’는 우리 인생에서 가장 커다란 신비일지도 모릅니다. ‘마더북’은 엄마에 대해 꼭 필요하고도 중요한 질문들을 담고 있습니다. 엄마는 어렸을 때 어떤 장난감을 좋아했나요? 자기만의 방을 가진 적이 있나요? 1년 중 어떤 날을 가장 좋아했나요? 나이가 들면서 돈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나요? 내가 엄마를 가장 기쁘게 해드린 일은 무엇이었나요? 이 다정하고 소소한 질문과 대답 끝에 우리는, 엄마라고 하는 가장 소중하고 흥미진진한 책의 주인공을 새로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새롭게 엄마를 알아가는 여정이 곧 나 자신을 새롭게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임숙 (아동심리전문가, 맑은숲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
: 책을 펼치자마자 ‘어머니의 86년 삶’을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나의 어머니는 어디서 태어나셨을까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17살에 전쟁을 겪으며 푸른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삶의 무게를 감당해야 했을 때, 어머니는 어떤 힘으로 견디셨을지 나는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치사랑이 없다지만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걸 깨닫게 해준 『마더북』에 감사드립니다.
마음을 ‘쿵’ 하고 건드리는 질문들이 어머니의 이야기를 이끌어내면 좋겠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기록은 내 삶의 이야기이기도 한가 봅니다. 어머니의 진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오히려 나의 힘겨움이 하얀 구름 조각처럼 가벼워짐을 느낍니다. 세상 모든 어머니들이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그 이야기가 엄마가 된 딸에게, 또 그 딸에게로 이어져가기를 소망합니다. 세상 모든 어머니께 감사드립니다.
: 엄마를 잘 아는 딸, 엄마를 이해하고 돕는 딸. 서른이 다 되도록 굳게 믿고 있던 ‘내가 보는 나’는 철모르는 딸이기에 가능한 착각이자 오만이었다. 한 아이를 낳고 기르는 엄마가 되어서야 비로소 나는 깨달았다. 엄마의 모든 일상과 시간, 엄마가 느끼며 쌓아왔을 감정과 상처, 추억과 시련. 나는 그 무엇도 알지 못했다.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게 어떤 삶을 의미하는지. 나는 엄마의 삶을 모르는 딸이었고, 무려 30년이 지나서야 나의 무지를 자각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하루하루를 살면서 아이를 낳고 길러왔을 엄마의 하루하루를 더듬어가면서도, 아이를 낳고 기르는 하루하루의 고단함 속에서 뒷전으로 밀려버린 엄마와의 시간이 쌓여갈 무렵. 나는 물음표로 가득한 책 한 권을 받아 들었고, 책 속의 질문 앞에서 휘청거렸다.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물음표를 보고 꺼내든 전화기, 그리고 건넨 한마디. “엄마, 이번 주말에 뭐해? 우리 둘이 여행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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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2019년 5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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