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선언으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규정하는 프랑스의 문제적 작가이자, 사회·역사·문학과 개인의 관계를 예리한 감각으로 관찰하며 가공도 은유도 없는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이룩해온 아니 에르노. 문학동네에서는 『삶을 쓰다』에 실렸던 글들을 추려 재수록한 『카사노바 호텔』 출간과 함께, 대표작 『탐닉』과 『집착』의 개정판을 새로운 표지로 단장해 선보인다.
질투를 소재로 한 많은 작품 중에서 『집착』은 작가 자신이 감정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자신의 추한 모습까지도 솔직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또한 자신을 뒤흔들어놓는 그 파괴적인 감정에 온몸을 맡기는 데 그치지 않고, 작가는 ‘바늘을 심는 듯한’ 치열한 글쓰기를 통해 그러한 강박증에서 놓여나려는 시도를 감행한다. 개인적이고 내밀한 질투라는 ‘감정’이 느낄 수 있고 알 수 있는 ‘실체’로 변모되는 이 작업은 결국 작가 자신이 타는 듯한 고통과 집착에서 놓여나는 출구가 된다.
집착 09
옮긴이의 말 질투의 심연에서 만난 치열한 글쓰기 73
아니 에르노 연보 81
첫문장
나는 늘 내가 쓴 글이 출간될 때쯤이면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글을 쓰고 싶어했다.
: 자기분석 성향, 날카로운 내레이션 등 대단한 지성이 엿보이는 에르노의 글이 주는 또다른 매력은 잿더미 속에 묻혀 있는 불씨처럼, 신중하고도 엄격한 감정 표현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열정이다. 투박함과 창백함, 냉정함과 휘몰아치는 감정의 동요, 양극단을 넘나드는 이 소설의 팽팽한 긴장은 우리를 매혹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