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특별시장)
: ‘도가니’와 무진시(霧津市)는 안개로 뒤덮인 이 세계의 축소판이다. 이 완강한 시스템은 온갖 거짓과 협잡과 폭력이라는 안개를 동원해 치부를 감추고 진실을 질식시키려 한다. 누구나 말할 수는 있다. 거짓과 싸워야 한다고, 진실을 영원히 은폐할 수는 없다고, 길을 잃어도 희망을 포기해선 안된다고. 또 누구든지 폭력과 위선 앞에 분노하고 통한의 눈물을 흘릴 수는 있다. 하지만 정면으로 맞서 싸우고 온 힘을 다해 무서운 폭력과 거짓이 세워놓은 안개감옥으로 뛰어들어 죽어가는 진실을 구해내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놀랍게도 작가 공지영이 이 일을 해냈다. 약자 중에 약자인 장애아들의 편에 서서 광란의 도가니를 뒤엎고 거짓된 시스템을 흔들어놓은 것이다. 그의 작업이 눈부신 것은 지옥도 같은 이 세계의 한복판에서 파헤친 진실의 두 손을 높이 치켜세워 만인에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작가는 말한다. 한바탕 분노와 눈물로 끝내버리지 말고 진실을 끝까지 응시하라고, 중요한 것은 진실을 끝끝내 기억하는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희망을 살려내는 가장 튼튼한 뿌리라고. 우리가 가장 기본적인 가치로 믿어온 것들이 퇴보해가는 이 시대에 『도가니』는 아름답고 준열한 정신을 새롭게 일깨우는 수작이다.
염무웅 (문학평론가, 영남대 명예교수)
: 이 소설에서 안개는 청춘의 방황을 암시하는 관념적 상징이 아니라 반대로 진실의 은폐와 개진에 관여하는 현실성의 표지이다. 기간제교사로 첫발을 디딘 주인공이 이 안개의 도시에서 발견하는 것은 이중 삼중으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인권을 짓밟는 악행에 학교 교장과 행정실장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기득권자들이 얼마나 교묘하게 상호보험적으로 연결되어 있는가, 인간의 악마성과 사회적 불의가 얼마나 높은 성벽을 구축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작품을 어떤 의미에서 법정소설이라 할 때, 거기에는 두개의 법정이 가정되어 있다. 세속의 법정은 판사와 검사, 변호사와 증인 등 온갖 실정법적 장치의 동원에 의해 진실을 위조하고 사회적 강자에게 공개적인 합법성을 부여한다. 작가는 이 과정을 냉정하고 세심하게 서술해나감으로써 세속의 재판정 자체를 심리하는 또 하나의 법정이 존재함을 독자들의 내면에 각인시킨다. 작가의 윤리적 상상력은 주인공으로 하여금 이 양심의 법정을 믿는 사람들 편에 서게 하지만, 그의 미학적 균형감각은 주인공을 영웅화하는 대신 상처받은 소시민의 자리로 돌아가게 만든다. 이 패배의 아픔을 공유하자고 호소하는 것이 도덕적 폐허의 시대에 던지는 이 소설의 간절한 메시지이다.
강경석 (문학평론가)
: 작가 공지영이 깊은 관심을 갖고 다뤄온 주제들은 대부분 시대의 핵심과제가 되어왔다. 그의 소설들은 대중성의 진정한 본질이 사회성에 있다는 사실을 자주 일깨운다. 문학의 사회적 역할을 부정하는 목소리들이 넘쳐나는 가운데서도 그의 소설은 “약자와 빈민이 매일매일 무기를 뽑아들 수 있는, 모두에게 개방된 무기고”(A.토크빌)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장편 『도가니』의 존재야말로 그 살아 있는 증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