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부터 시작하는 무신생활 001화

제1화



제0편 프롤로그



나는 무신이다.

그리고 고자다.

하여 내 목표는 천하제일이 아닌, 음양합일이다.

빌어먹을.



* * *



태극동정신공(太極童貞神功).

내가 익힌 내공심법의 이름이다.

달마대사가 남긴 내공심법으로써, 그 효능이 천하제일이었다.

그런데 단점이 있다.

고자가 된다.

평생 남녀 간의 음양합일(陰陽合一) 따윈 할 수 없으며, 또한 화기(火氣)가 섞인 음식조차 먹을 수 없다.

흉성(凶星)을 지녔다는 땡중의 말에 소림사로 끌려가, 달마가 남겨 놓은 비동(秘洞)을 찾아 이 무공을 익힌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이런 빌어먹을 무공일 줄 누가 알았을까!

더욱이, 이 빌어먹을 무공은 익히게 되면 평생 지울 수도 없었다.

억지로 지우려고 하면 몸이 터져 죽어 버린다고 하였다.

또한, 동정을 잃거나 화기를 머금은 음식을 먹으면, 역시나 몸이 터져 죽는다고 하였다.

세상에 이보다 끔찍한 마공(魔功)이 없다.

“선과 신의를 추구하는 소림과 정파에 이런 끔찍한 마공이 있을 줄이야.”

역시 정파가 마교나 사파보다 더 사악한 것들이 많다.

배 한가득 구렁이 수천 마리를 집어삼킨 빌어먹을 것들!

에라이, 퉷!

아니, 애초에 배우기 전에 무공서에 적혀 있었다면 배우지도 않았을 것이다.

배움과 동시에 집어 삼켜진 심상의 세계에서 달마가 나타나 무공명과 주의점을 알려줘 마공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의 심정?

세상이 다 무너지는 줄 알았다.

이 거지 같은 무공을 없애기 위해 나는 별의별 짓을 다 해봤다.

‘칠대 세가’나 ‘구파일방’의 보물고와 무공서고를 털어보았고, 마교나 사파의 보물고와 무림서고도 털었다.

각종 장보도를 얻어서 비동을 털어보기도 했고, 천하제일 도둑놈의 보물고도 털었다.

영물이랑 계약도 하고, 영물이랑 싸워도 봤다.

빌어먹을 마공, 태극, 아니, ‘고자신공’을 고치기 위해 세상을 다 뒤졌어도, 고칠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천하제일인이 되어, 무림이 내 앞에 무릎 꿇어 있더라?

-휘이이이잉~

이름 없는 고산의 봉우리 위에 올라선 나는 무심히 땅 아래를 바라보았다.

신선이 타고 다닐 하얀 구름 아래에는 나에게 무릎 꿇은 무림의 세상이 펼쳐져 있다.

내가 원하면 무엇이든지 얻을 수 있는 세상.

그런데 원하는 것을 얻어도 가질 수가 없다.

여전히 태극동정신공은 내 몸에 남아 나의 꿈과 희망을 갉아 먹고 있으니까.

세상은 이런 나의 고뇌를 모른 채, 청명하다, 맑다, 순수하다는 등, 거지 개XX 같은 소리를 일삼고 있다.

나는 그 누구보다도 타락하기를 원하고 있건만!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

천하제일인이 되다 보니 몸도 젊어지고, 나이를 먹어도 언제 죽을지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평생 이대로 살 수 없어, 그냥 우화등선(羽化登仙)해버릴까 하던 찰나였을까?

드디어 한 줄기 희망이 나타났다.

제갈세가의 가주 녀석이 우연히 발견한 고서를 가져온 것이다.

그것은 제갈세가의 시초가 된다는 제갈공명이 남겨 놓은 진법이었는데, 그 내용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허무맹랑했다.

하, 세상에.

태아로 돌아가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해준다는 진법이라니.

정말 말도 안 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삼백 평생 어처구니없고, 허무맹랑한 일을 수도 없이 겪었다.

그리고 지금은 지푸라기라도 잡아봐야 하는 법.

더욱이, 돌아가기도 늦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제갈공명이 남겼다는 그 진법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그 진법을 가동만 하면 되는 일!

“그래.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가자!”

기다릴 필요 없이 진법을 실행시키기 위해, 나는 봉우리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그날 밤.

산세가 험해 무림인도 찾지 않는다는 이름 모를 고산에서 밤하늘마저 밝게 비출 빛이 한동안 터졌고, 이후 고산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