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랑 (소설가, 『보건교사 안은영』, 『시선으로부터,』)
: 나는 언제나 집요하게 정이현 소설가의 새로운 작품을 기다려왔다. 심할 때는 일주일에 한 번씩 작업의 진척 단계를 궁금해했다. 할 수만 있다면 작가의 책상 옆에 바짝 붙어서서 기다리고 싶다. 왜 그리도 끌리고 마는지 고민해보니, 정이현은 침범의 순간을 누구보다도 치밀하게 재구성하기 때문인 듯하다. 침범은 항시 일어난다. 일상에 범죄가, 진실에 거짓이, 이해에 오해가, 선의에 악의가, 희망에 회의가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침범한다. 『노 피플 존』은 포착의 측면에서도, 소설화의 측면에서도 궁극의 출중함에 다다라 있다. 작가는 성별과 계층과 세대 사이의 무너지고 끓어오르는 톱니 같은 경계선에 매크로렌즈를 댄다. 한껏 가까이 다가가면서도 초점을 뚜렷이 유지하고 마는 이 특별한 소설들을 읽고 나면 우리가 속한 사회의 진짜 표정이 보인다. 그것을 보기 위해서라면 또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
고아성 (배우)
: 집에서의 나와 집밖에서의 나는 다르다. 집안에서는 그저 나 자신으로 존재하면 되는데 밖으로 나가는 순간 나의 사회적 신분과 체면, 평판을 자각하며 ‘나는 이런 사람’ ‘나는 이러지 않은 사람’임을 끝없이 증명해야 한다. 「빛의 한가운데」는 안희와 미령 두 여성이 서로 아무런 증명도 할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빛과 어둠의 반복인 삶 속에서 두 여성의 은근한 우정에 기대고 싶어진다. 「빛의 한가운데」뿐 아니라 『노 피플 존』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삶의 여러 어귀에서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모순들을 똑바로 마주하고, 삶의 풍파를 온 힘을 다해 헤쳐나간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 또한 그렇게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