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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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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덕, 권순찬, 최미진, 한정희, 강민호…… 친숙하고 구수한 이름들을 호명하는 소설로 연약하고 불완전한 인간의 보편적 본질에 다가서는 작가 이기호. 그가 『사과는 잘해요』, 『차남들의 세계사』 이후 11년 만의 본격 장편소설로 돌아왔다. 1999년 데뷔한 작가의 업력을 고려하면 더욱 귀하고 반갑게 느껴지는 이 신작 장편에 등장하는 이름은 ‘이시봉’, 이기호가 초기작을 발표하던 20여 년 전부터 애정어린 목소리로 불러온 특별한 이름이다. 그 이름은 이기호의 인물 중에서도 어딘지 어리숙하고 세상으로부터 소외되어 있어 더욱 눈길이 가고 마음을 쏟게 되는 이들에게 주로 붙여져왔다. 이 이름을 새로이 받게 된 캐릭터가 인간이 아닌 개라는 점에서 이번 작품은 주목을 요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작가와 실제로 함께 살고 있는 반려견의 이름 또한 이시봉이라는 것이다. 작가가 자신의 성씨는 물론 그간 소설 속 캐릭터에게 붙여왔던 이름을 강아지에게 준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반려동물을 인간과 동등한 가족 구성원으로 대하며 행복하게 살게 해주고 싶은 그 마음은, 그런데 여전히 인간중심주의의 영향권에 있는 태도는 아닐까. 인간의 삶에 포섭되어버린 개, 나아가 동물의 행복을 과연 인간의 시선으로 판가름할 수 있을까. 이미 별개의 종으로 태어나버린 두 존재는 서로를 어디까지 이해해나갈 수 있을까.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은 작가 자신의 이러한 의구심과 문제의식 아래 쓰인 작품이다.

소설은 비숑 프리제 ‘이시봉’이 어느 가족의 삶에 깃들기까지 펼쳐졌을 우여곡절의 여정을 부려놓는다. 그 개가 이시봉이라는 이름을 얻는 계기에는 세상의 부조리에 동료를 배반하게 된 인간의 속죄 의식이, 그 개의 일족이 개 농장에 팔려간 과정에는 꿈을 좇은 대가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인간의 비참한 눈물이, 그 개의 선조들이 무려 유럽 왕실에서 길러지다 뿔뿔이 흩어지게 된 내력에는 사랑도 투쟁의 형식으로밖에 할 줄 모르는 인간의 반복되는 역사적 과오가 자리한다. 개들의 일생을 몇 대에 걸쳐 좇아나가며 인간의 삶과 교차시키는 작업을 통해, 이기호는 무한한 사랑을 받기도 하고 이용된 끝에 잔혹하게 희생되기도 하는 ‘비인간’ 동물과, 그들과 공존하는 ‘비동물’ 인간의 관계를 되돌아본다.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_007

작가의 말 _525

: 동물의 마음은 정말로 잘 모르겠다. 가끔 알 것 같다고 느끼는, 확신에 가까운 순간이 있긴 하지만 그때마저 그 믿음의 끝자락에는 이건 네 마음이 아니라 내 마음이지, 하는 쓸쓸함이 따라붙는다. 모르는 마음은 쓸쓸한 마음인 걸까? 이기호의 소설에는 개의 마음을 모르는 사람과 사람 마음 몰라주는 개가 등장한다. 서로의 마음과 상황과 역사를 대부분 모르면서도 그들은 함께 산다. 우리가 누군가와 그러듯이. 그것을 놀라워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그 사실을 생각하면 매번 무척 놀란다. 이기호의 소설은 잘 모르지만 좋아하는 이와 오래 살아왔고 더 오래 함께 살기로 결심하는 소설, 그러기 위해 무거운 몸과 마음을 일으키는 소설이다. 너무 오래 앉아 있어 푹 꺼진 자리에서 일어서는 사람이 나오는 소설을 읽으며 나도 함께 일어설 듯 숨을 참고 배에 힘을 줘본다. 힘을 주면 힘이 난다. 이기호의 소설은 마음 알 길 없는 이와 함께하려는 모두에게 “꼭 떨어져서 살 필요는 없죠? 그렇죠?”라고 물을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살면서 어느새 오래 함께하게 된 이시봉 같은 개, 이시봉 같은 고양이, 이시봉 같은 사람에게 나는 언제나 그렇게 묻고 싶었다. 소설이 용기를 주자 비로소 용기가 났다.
: 이기호 작가는 또 날 미치게 했다. 사랑을 전제하는 선택은 보통 바보 같지만 그럼에도 아름답다는 그 화술이 나를 또 잘 살고 싶게 만들었다. 이 세상에서 ‘순애’가 멸종한다면 난 무조건 이기호 작가를 찾아갈 것이다. 그 일방적이고 순수하고 맑은 사랑을 또 써내놓으라고 애걸할 것이다. 그렇게 또 나를 웃겨달라고, 아니 울려도 좋다고 복걸할 것이다. 이게 다 당신이 날 이렇게 만든 거라고 징징거릴 것이다.

그리고 전국의 반려인들이여, 이 책을 절대 보지 마시오. 아니 보시오. 아니 보지 마시오. 아니. 몰라 시봉. 그냥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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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

이기호 (지은이)의 말
실제로 우리집에서 팔 년째 함께 살고 있는 강아지 이름이 이시봉이다.
이시봉의 까만 눈동자를 바라볼 때마다 이야기 하나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그만 이렇게 길어지고 말았다.

소설은 강아지에 대해 말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장르일지 모른다.
하지만 강아지를 둘러싼 인간의 책임을 묻기엔, 여전히 유효한 장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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